‘콘크리트 서울’ 물 빠질 곳이 없다

한대광·정유미·최명애 기자

디자인 거리 30곳 중 26곳은 불투수 블록 사용

서울시의 재개발·뉴타운·디자인정책 등으로 서울 콘크리트화가 진행돼 지표면이 큰비가 올 때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지성 호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는 데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

기상청이 서울에서 시간당 30㎜ 이상의 비가 내린 집중호우 날의 수를 분석한 결과, 199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1970년대에는 연평균 1.4일이었으나 1980년대 1.8일, 1990년대 3.3일, 2000년대 이후에는 3.6일로 집계됐다. 올해는 27일까지 4일이었다.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상가 밀집지역에서 28일 주민들이 진흙으로 덮인 골목길에 가재도구를 꺼내놓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상가 밀집지역에서 28일 주민들이 진흙으로 덮인 골목길에 가재도구를 꺼내놓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이같이 잦은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개발위주 정책에 따른 도심 난개발로 땅속으로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줄었다. 2010년 서울시 빗물관리 기본계획을 보면 서울의 불투수포장비율(지표면 중 빗물을 흡수할 수 없는 정도)은 도심지 개발 전인 1962년 7.8%에 불과했으나 1970년대 들어 18.6%로 증가했다. 불투수포장비율은 아파트 개발이 본격화된 1982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37.2%가 되었으며 2005년에는 47.4%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불투수포장비율이 90% 이상인 지역이 37.17%를 차지하는 등 불투수포장비율이 50%를 넘는 면적이 51.69%에 달했다. 서울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25.4%인데 이들 대부분은 외곽에 위치한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도심의 지표면은 대부분 콘크리트 재질의 아파트·도로·인도 등으로 덮인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디자인정책도 빗물을 도심에 가두는 역할을 했다. 서울시는 보도블록과 간판에 디자인을 도입한다며 디자인거리와 르네상스거리에 2133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30곳의 디자인거리 중 26곳은 물 빠짐 기능이 거의 없는 화강판석을 사용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강르네상스니, 디자인서울이니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에 돈을 쏟아붓다보니 정작 국민들에게 필요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는 소홀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디자인거리를 조성하면서 띠녹지를 함께 만들어 빗물이 흙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며 “디자인거리는 상권활성화와 함께 빗물처리 문제도 함께 반영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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