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가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영어는?

영어를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한국, 취업을 하려면 토익 고득점은 필수이고 간단한 회화조차 대한민국 경쟁사회에서 도태되기 싶다. 이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영어조기교육열풍이 불고 대학생들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2년 정도 어학연수를 다녀 오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평균 10년 이상의 영어교육을 받고 자랐다. 이 정도면 영어가 제 2외국어 정도가 아니라 모국어에 버금가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영어실력은 어떠한가? 외국인들이 길을 물어볼 때 자신 있게 설명해 줄 한국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도대체 10년 이상의 교육을 받고, 영어에 열광하는 한국에 살고, 심지어 어학연수까지 갔다 왔는데도 우리의 영어는 왜 제자리 걸음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 Craig Grigg(34, 호주 골드코스트)씨와 이야기 해보았다. 그는 한국에서 4년 동안 아이들에게 영어를 지도한 경험이 있고 현재 호주에서도 많은 한국 어학연수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Craig Grigg(34, 호주 골드코스트)씨

Craig Grigg(34, 호주 골드코스트)씨

-한국의 유치원에서 4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다고 들었다. 요즘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보다 어린 나이에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원한다. 이런 한국의 영어조기교육 열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말해서, 어린 학생들은 일주일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제대로 학습해도 짧은 기간에 영어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미래의 전체적인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수업을 더욱 기억하기 쉽고, 즐겁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진행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나중에는 그들이 더욱 심도 있고 어려운 영어를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여 그들이 영어공부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놀이, 음악, 춤, 시각 및 신체감각 언어교육 등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에는 이런 다양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 하지만 그 전에 에너지가 넘치고 정열적인 선생님이 우선이다.

-네이티브 스피커로서,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영어실력을 어떻게 보는가?

전체적으로 한국인들의 영어실력은 많이 향상된 것 같다. 영어학습 프로그램도 점점 발달하고 있고 학교와 가정들도 많은 시간을 영어교육에 할애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 영어집중교육을 체험할 수도 있다. 호주의 영어학원들의 추세를 보면 Beginners/Elementary등의 초급단계들은 점점 규모가 작아지고 있으며, 이 반에 배정받는 한국학생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오는 학생들은 Pre-intermediate에서 Intermediate 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다.

-지금 많은 한국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는가?

한국학생들은 이미 영어공부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가르치기가 쉬운 편이다. 그러나 단 한가지 문제점은 그들이 이미 문법위주의 주입식 영어교육에 길들여졌다는 것이다.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학생들을 볼 때, 종종 그들이 말하기 과제를 받고 토론을 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회화위주의 수업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럽이나 남미에서 온 학생들은 이와 다르다. 문법에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은 회화위주의 수업에 훨씬 적응을 잘하기 때문에 실력이 더 빠르게 향상된다.

-어학연수를 온 한국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모두가 다 그렇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제일 염려되는 것은 그들이 강한 한국문화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하는 값진 기회들을 낭비하며, 식당, 노래방, PC방, 여행사 등을 포함하는 한인사회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한국에서도 주로 하던 습관을 여기에 와서까지도 버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금요일 밤에 한국인 학생들끼리 모여 삼겹살 파티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한국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이다. 내 경험상, 한두 달 정도 홈스테이를 하며 영어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Speaking방면에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은 외국인가족과 더 많이 대화할 기회를 가졌고, 또한 한국인들과 함께 사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내가 호주에 와서 공부하는 한국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많은 지역단체나 동아리에 가입하라는 것이다. 봉사활동도 괜찮다. 의사소통이 편하다고 해서 한국인들끼리만 모여있지 모여있으면 안 된다. 그들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김예은/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인턴 기자(북경대)
(웹場 baram.khan.co.kr)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