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외 특허소송 공세에 정면대응키로읽음

백인성 기자

500명으로 전문팀 꾸려 “협상 대신 정공법 전환”

삼성전자가 해외 업체들의 특허공세에 강력 대응키로 했다. 그동안 소액 소송의 경우 합의를 우선시했지만 앞으로는 소송을 통해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해외 특허시장에서 “한국은 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특허 소송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무분별한 특허공세에 맞서기 위해 500여명의 대규모 특허 전문팀을 꾸렸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2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은 ‘특허 괴물(Patent Troll)’의 봉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특허 소송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 업체가 10만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100만달러의 소송 비용이 들더라도 맞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특허를 침해했다면 당연히 로열티를 내야겠지만 불합리한 요구에는 철저하게 맞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특허소송이 제기되면 가급적 합의를 통해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우선시했다. 소송에 따른 잡음과 시간·비용을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손민선 책임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특허소송에서 시간 단축을 위해 금전보상 위주로 해결을 보면서 ‘한국 기업들은 규모에 비해 특허소송에 약하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이 걸리면 협상에 나서는 게 아니라 무조건 외국 로펌으로 달려가는 버릇도 선입견을 고착화시켰다”고 말했다.

특허분쟁 사이트인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2004~2008년 5년간 삼성전자의 특허 피소 건수는 38건으로 세계 1위다. 34건인 MS나 모토로라를 앞선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서 51건의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세계적으로 100여건의 특허소송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면서 특허공세가 가중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애플이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주도하면서 특허공세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삼성전자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특허회사인 인텔렉추얼벤처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또 지난해 사업부 소속이던 특허출원팀을 통합한 뒤 500여명으로 구성된 지식재산(IP)센터를 출범했다. 센터 내 해외·국내 특허담당 변호사만 20명씩에 이른다.

삼성그룹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현재 2만5000명 수준이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면서 “현재 50% 수준인 소프트웨어 인력을 70%까지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소송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11월15일 출시 예정인 아마존의 199달러짜리 태블릿PC ‘킨들파이어’는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소송을 당했다. 스마트폰 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킨들파이어가 우리의 특허기술 4건을 침해했다”며 텍사스 지방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특허소송 건수는 분기당 평균 1000건으로 늘어났다. 2005년 650건에서 60%가량 증가했다. 켄트 워커 구글 특허고문은 “올해 4월 한 달간 구글을 상대로 제기된 특허소송(8건)은 창업 후 5년간 제기된 소송건수보다 많다”고 말했다. 구글은 취약한 특허를 보완하기 위해 8월 125억달러에 모토로라를 사들였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1만7000여건의 통신특허가 탐났기 때문이다. 애플도 취약한 무선통신기반 특허를 보강하기 위해 6000여건의 통신특허를 보유한 캐나다 통신사 노텔을 45억달러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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