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현행 방식대로 법인화 땐 주식회사보다 자율성 떨어질 것”읽음

박은하 기자 m

호문혁 교수협의회장

“법인화가 현행 방식대로 진행된다면 법인 전환 이후 서울대는 사립대학이나 주식회사보다도 자율성이 떨어지는 구조가 되고 말 것입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인 호문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3·사진)는 지난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인화 이후 학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호 교수는 이날 대학 구조개혁을 강요하는 교육과학기술부를 향해서도 “대학의 본질을 모른 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 교수는 “사립대는 학교와 이사회가 분리돼 있다. 이사회는 재단을 관리하고, 학교는 별도의 운영이 가능하다”며 “반면 법인화 이후 서울대는 학교 전체가 이사회 아래로 들어가고, 이사회가 유일한 의사결정기구로서 기능한다. 사립대보다도 후퇴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현행 방식대로 법인화 땐 주식회사보다 자율성 떨어질 것”

호 교수는 “서울대 이사는 이사회에서 임명한다. 이는 돈을 관리하는 조직(재단법인)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사람이 모인 조직(사단법인)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며 “사단법인의 대표격인 영리 주식회사에서도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말했다.

호 교수는 “법인화를 추진하려는 목적은 당초 ‘대학의 자율성 획득’이었지만, 이는 단지 정부로부터의 자율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내 모든 구성원들의 자율과 학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라며 “현재 방식대로라면 총장 권한만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의 대학개혁 방침에 대해서도 호 교수는 쓴소리를 했다. 호 교수는 “교과부가 국립대에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 성과연봉제를 실시하라, 학과장 공모제를 실시하라는 등 황당무계한 요구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이러한 요구가 오히려 대학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철학과 교수는 매년 논문을 쏟아내지 않아도 5년, 10년 동안 연구해 통찰력 있는 명저를 쓸 수 있다”며 “교과부의 끊임없는 성과 요구로 이런 연구는 불가능한 풍토가 돼버렸다. ‘교수가 양계장의 암탉처럼 돼버렸다’는 자조는 모든 교수들에게 해당한다”고 말했다.

호 교수는 “우리 사회가 기업과 대학을 혼동하고 있는데, 대학은 분명 기업과 다르다. 자유로운 연구 풍토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교수협의회와 평의원회에 이어 인문대 교수들도 법인화 추진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의 서한을 총장에게 전달했다고 9일 밝혔다. 인문대 교수들은 서한에서 “현재의 정관은 철학적 깊이가 부족하고, 중요한 내용이 모호하게 규정됐으며, 안정적 재정 확보도 불확실하다”면서 “학교 운영의 효율성만 강조해 학문의 자율이라는 대학 정신이 훼손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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