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 온상’ 배구협회, 자정 능력도 잃었다

김창영 기자

불법·편법 잇단 잡음···전무이사 ‘전횡’에 사분오열

공금 횡령, 카드깡(카드할인), 승부조작, 폭행, 성추행.

배구계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대한배구협회가 그동안 쉬쉬했던 각종 불법, 편법 사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쑥대밭이 되고 있다. 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에 대한 책임론과 퇴진론이 일고 있다.

전남배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모 교수(목포과학대)가 최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공금과 훈련비 횡령, 승부조작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국제심판 선발 비리의혹과 실업팀 광양자원의 전국체전 출전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배구협회 심판이사와 대학배구연맹부회장 겸 심판위원장까지 맡고 있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하기 힘들다.

한 배구인은 “요즘 감독, 심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고 있다”며 “협회 창립 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쉬쉬했던 각종 비리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9년 초등학교 감독이 배구선수 5명을 성추행했던 사실도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의 폭로로 뒤늦게 알려졌고, 유소년대표팀 이모 감독은 훈련비를 ‘카드깡’해 유용한 사실이 밝혀져 벌금 300만원을 받았지만 협회 정관을 무시한 채 여전히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국가대표 박철우의 폭행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협회 강화이사와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감독관에 임명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선수폭력에 협회가 무감각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재철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협회에서 고질적인 폭력·성폭력 등 인면수심의 범죄가 일어났다”고 지적하고 “협회가 선수폭력 방지와 선수보호 능력 분야에서 최고점을 부여받아 7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은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배구협회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면서 전면 쇄신을 위해 판을 새로 짜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장으로 국정에 바쁜 임 회장이 이춘표 전무이사에게 전권을 부여하면서 배구계가 사분오열되고 자정능력까지 상실했다고 배구인들이 지적했다.

이 전무는 배구인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9년 강남구 도곡동 배구회관 매입을 강행했다. 매입대금이 무려 171억원에 달해 은행에서 113억원을 차입해야 했다. 이 때문에 협회가 매달 내는 이자만 5200만원에 이른다.

협회는 “임대료와 관리비 수입이 매월 6700만원 정도 들어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배구계에선 ‘이러다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전무는 협회 운영비로 임원진들과 특정술집에서 수천만원어치 술을 먹었다가 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홍보이사, 유소년 이사, 여자 국가대표팀 관리이사 등은 이 전무의 독단·독선적인 협회 운영에 반발해 최근 사퇴했다.

배구계 한 원로는 “국정에 바쁜 대통령실장이 회장을 겸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특정인사가 정권실세를 믿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있는데 배구판이 풍비박산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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