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미국과 FTA 후 빈곤·불평등에 농업 붕괴읽음

심혜리 기자

미국 민간연구소 보고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미 국가들은 이후 식량주권이 훼손되고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CIP)의 아메리카스 프로그램은 지난 21일 ‘자유시장으로 인한 중미의 식량위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일찍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중미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톺았다. 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과테말라·온두라스·니카라과·도미니카공화국 등 6개국은 2005년 미국과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을 체결했다.

보고서는 “중미자유무역협정으로 대표되는 ‘통상 자유화’ 이후 중미 정부들은 자국에 싼값에 대량 수입되는 상품을 굳이 국내에서 생산하지 말도록 권유했다”고 밝혔다. 곡물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보고서는 “1990~2005년 사이 이들 지역의 쌀, 콩, 옥수수, 수수 등의 곡물은 수출에 유리한 작물로 대체됐다”며 “이로 인해 곡물 생산량은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농업 자체가 수출용 제조업, 서비스업 등으로 대체돼 시골에 거주하던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심으로 대규모 이주를 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1년 평균 40%대에 달했던 중미 지역의 농업용지는 2008년 7.4%까지 떨어졌다.

자국에서 식량 수급을 제어할 수 없게 된 이들 국가의 물가는 세계 식량가격의 등락에 따라 휘청거렸다. 식량 및 생필품 가격이 폭등했던 2008년 엘살바도르 도심의 1인당 한 달 기본 식품비는 44.80달러로, 전년(38.40달러)보다 6.40달러 올랐다. 아울러 이들 국가의 식량 공급은 기후변화에도 취약했다. 과테말라 정부는 기상이변으로 집중호우가 있었던 2009년 5월 선포했던 국가재난 상태를 4개월 뒤 무기한 연장했다. 곡물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적절한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40만가구가 영양실조와 기아 상태에 처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중미 국가들이 쌀과 옥수수 같은 주식을 수입 체인에 의존하게 된 이후 식량주권과 식품을 선택할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일부 농촌 지역에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고 공공투자를 늘렸지만 전반적인 빈곤과 기아는 더 늘었다고 평가했다. 또 “개발도상국이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자유무역은 오히려 이들 국가가 현재 처한 가난과 불평등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들 지역이 현재의 자유무역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지역 통합 제도 논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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