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도 거기 가면 ‘보물단지’

문주영 기자

성동구 금호1가 주민센터에 기증받은 재활용품 상설가게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금호1가동 주민센터 1층 상설가게 ‘보물단지’. 오후 4시가 넘자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젊은 엄마들이 연이어 가게로 모여들었다. 주부 김미선씨(44)는 빨간 겨울 점퍼 하나를 집어 7살 아들에게 입힌 후 “아휴, 어딜 가서 이 가격에 이런 옷을 사겠어요?”라며 지갑에서 3000원을 냉큼 꺼냈다.

이곳은 지난 5월 문을 연 재활용품 상설가게다. 우리집 ‘애물단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보물단지’가 되라고 가게 이름도 ‘보물단지’로 지었다. 단순히 헌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주민 스스로가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게 자리는 원래 동주민센터 내 공영주차장이었다. 여기에 인테리어·간판·타일·도배·페인트 등 시설 공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재와 재능을 기부해 직접 가게를 완성했다. 금호1가동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당번을 정해 가게 일을 돕는다.

서울 성동구 금호1가동 주민센터 1층 ‘보물단지’에서 지난 25일 동네 주민이 아이들 옷을 고르고 있다. | 성동구 제공

서울 성동구 금호1가동 주민센터 1층 ‘보물단지’에서 지난 25일 동네 주민이 아이들 옷을 고르고 있다. | 성동구 제공

의류가 가장 많지만 도서·신발·액세서리·생활용품·소형가전·운동용품 등 잡화도 상당하다. 물품을 기증하는 사람에게는 할인쿠폰과 커피쿠폰을 제공한다. 헌 옷들은 사회적기업인 (주)오렌지클리닝이 실비만 받고 세탁과 수선을 해준다. 인근 봉제공장과 개인 사업자들이 재고 등을 기증해줘 새 물건도 꽤 된다. 반면 가격은 1000~3000원으로 시중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이에 따라 이곳은 ‘싸고 질 좋은 물건에 넉넉한 인심까지 덤으로 주는’ 가게로 입소문이 났다. 특히 젊은 주부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수시로 들른다. 자원봉사자 이종화씨(44)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주민들이 과연 남이 쓰던 옷이나 물건을 좋아할지 걱정됐다”며 “그런데 아기 옷이나 헌책들을 기꺼이 사가는 젊은 엄마들을 보고 아직도 우리 소비자들이 검소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지난 6개월 동안 16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돈은 동 장학회를 통해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BOMULDANGEE)를 개설했다. 물품을 기증해준 사람들의 명단과 봉사자들의 활동 모습을 비롯해 장학회 소식, 김장철 직거래장터, 동네 친목회 날짜 및 경조사까지 다양한 동네 소식을 전해준다.

연말에는 ‘보물단지’에 있는 의류와 구두, 모자 등을 주민들이 착용하고 참여하는 패션쇼도 열 계획이다. 염형순 금호1가동장은 “보물단지 운영 노하우를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라며 “또한 2호점, 3호점 등으로 사업이 확대될 수 있어 보물단지 명칭과 사업에 대한 상표등록을 지난달 신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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