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예술의 만남, 공공미술로 ‘상생’

제주 | 유인화 선임기자

마을이 다채로운 미술의 옷을 입었다. ‘2011년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장 김춘옥)가 2009년부터 계속해온 이 프로젝트는 일반의 삶 속에 미술이 삼투압처럼 스며드는 사업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어촌마을과 삭막한 도시경관을 공공미술로 ‘재생’시키고, 미술가들이 일자리를 찾는 등 상생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이다. 올해는 제주의 ‘아트 all 來’ 문화마을 조성, 강원 인제의 ‘시인 박인환 Ⅱ-그 세월이 가면 프로젝트’, 전남 화순의 ‘성안마을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충남 금산의 ‘송알송알 무럭무럭’ 이슬공원 재생 프로젝트, 경북 영천의 ‘공모 1. 행복프로젝트 사업’ 등 전국 10개 지역의 공공미술작업이 진행됐다.

지난 23~25일에는 전국 공공미술가들과 미술평론가 등 50여명이 행복프로젝트 지역인 영천시와 기쁨두배프로젝트 지역인 경기 김포, 강원 인제, 전북 남원, 제주를 돌며 ‘2011 마을미술프로젝트’ 현장을 확인했다.

제주에서는 제주시 독사천과 서귀포 대평리 등 두 곳에서 진행됐다. 특히 대평리는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 ‘지붕 없는 미술관’의 성공으로 올해 ‘기쁨 두배’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조성된 제주 서귀포 대평리의 해녀상(이승수 작).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조성된 제주 서귀포 대평리의 해녀상(이승수 작).

독사천 일대 아파트 축대와 시멘트벽에 옛 제주인들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재현된 작품들은 이 길을 걷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여성들이 등에 진 물허벅은 특히 돌출된 조각으로 제작돼 입체감을 더한다. 옛날 독사천에서 빨래하는 성인들과 멱 감고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 등이 그려진 ‘독사천 흐르네’는 물을 주제로 지역의 특색을 선명히 보여준다. 이 벽화는 1억1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인 반영구적 작품이다. 타일 조각들을 붙여 형태를 만들었기 때문에 페인트 벽화처럼 채색이 벗겨지거나 바래지 않는다. 길을 밝히는 가로등도 물고기 형태의 철망작품으로 새 옷을 입었다. 콘크리트 벽돌의 길바닥도 벽돌마다 그림을 그려 넣었다.

서귀포 대평리는 병풍바위를 배경으로 빨간 등대에 기대어 선 소녀상과 포구 방호벽 타일작업 등이 눈길을 끈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올레 8길’과 포구에 형형색색의 타일조각을 붙여 완성한 방파제와 조명탑, 해녀상, 난드르(넓은 들) 체험장 등이 ‘문화’를 입었다. 이승수 작가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소녀상은 멀리 수평선을 응시하며 미래를 기원하는 모습이고, 그 옆 20m 길이의 보들락(물고기) 형상이 표현된 벽화는 고순철 작가가 3년간 모은 소라와 보말 등 어패류 껍데기를 다듬어 붙여 만든 작품이다. 포구에는 등대가 있을 뿐이었지만 2009년과 올해에 각각 5명의 작가가 투입돼 주민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태어났다.

경북 영천시 ‘걷는길’의 한 빈집에 설치한 손몽주 작가의 ‘새장의 새’.

경북 영천시 ‘걷는길’의 한 빈집에 설치한 손몽주 작가의 ‘새장의 새’.

지난 22일에는 영천시의 ‘2011 마을미술 행복프로젝트’ 사업이 완성됐다. 국가에서 3억원, 지자체에서 6억원을 지원해 3개 마을(가상·화산·귀호리)을 단장한 미술프로젝트다. ‘영천 별별 미술마을’로 명명된 미술마을은 ‘신 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길’을 콘셉트로 마을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다섯 개의 길 중심으로 예술마을을 조성했다. 이 길은 걷는길, 바람길, 스무골길, 귀호마을길, 도화원길이다. 오행 순환의 원리와 마을 역사 및 이야기를 담은 회화와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45점이 제작됐다.

관광객은 다섯 개의 길을 따라 걷는데, 걷지 않고 30대의 아트자전거와 소형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다. 빈집은 카페로 변신했고, 주민이 뜨개질한 상품이나 지역 특산물을 파는 아트마켓, 마을사 박물관도 있다. 마을이 거대한 미술관인 셈이다.

미술프로젝트 김해곤 총괄감독(46)은 “경산의 경우 폐허가 된 우범지역에 지붕 없는 미술관을 만들어 만남의 장소가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 개념에 복지 개념까지 아우르면서 지역 활성화를 이룬 사례”라면서 “마을미술프로젝트 국고 예산이 2009년 20억원, 2010년 15억원, 올해 10억원으로 줄었지만 마을미술프로젝트 효과가 검증된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작가 육성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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