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검사’ 덮기 의혹읽음

정제혁·이범준·조미덥 기자

비위 사실 알고도 사표 수리… 뒤늦게 “철저 수사”

검찰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사건 청탁을 들어주고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 샤넬 백 등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ㄱ검사(경향신문 11월26·28일자 1면 보도)의 사표를 수리한 배경을 놓고 의문이 일고 있다. 현행 중앙인사위원회 규정은 비위 공직자의 사표를 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검찰이 해당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의혹이 증폭되자 뒤늦게 “벤츠 검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28일 검찰 측 얘기를 종합하면 수도권의 검찰청에 근무하던 ㄱ검사(36·여)는 지난 18일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은 사표를 낸 이유를 “일신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주 ㄱ검사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나 ㄱ검사가 사표를 쓴 이유는 단순한 일신상의 사유가 아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 검사가 검사직을 그만두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해 수리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장판사 출신 ㄴ변호사(49)로부터 벤츠 승용차 등을 받아 쓴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ㄱ검사는 비위가 드러나 사표를 제출했고, 법무부는 이를 수리했다는 것이다.

중앙인사위원회의 ‘비위 공직자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을 보면 검사 등 공직자가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피할 목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경우 이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 3조 3항은 “감사원·검찰·경찰 및 그 밖의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는 의원면직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

전례도 있다. 지난해 4월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진상조사단이 꾸려진 다음날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장(51)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휴가를 내도록 해 박 지검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법무부는 그해 6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박 전 지검장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ㄱ검사의 비위 의혹이 제기된 초기 법무부와 검찰은 “ㄱ검사가 ㄴ변호사와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금품의 직무 관련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기소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태도는 ㄱ검사와 ㄴ변호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경향신문이 보도하자 바뀌었다. 이 문자메시지들이 금품의 직무 관련성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병익 대검 감찰1과장은 이날 브리핑을 자청해 “오늘 (경향신문) 보도 내용은 해당 검사가 사표를 제출한 당시에는 보고받지 못한 내용”이라며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여러 의혹을 철저히 감찰할 계획이며, 부산지검은 수사팀을 증원해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미 지난 7월 부산지검에 진정된 사안이다. 이후 진정인은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수차례 부산지검을 방문했고, 담당 검사에게 ㄱ검사 관련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검은 ㄱ검사가 사표를 내기 전 ㄴ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검찰이 경향신문 보도 이전 ㄱ검사의 비위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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