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희호 여사에 깍듯이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

도재기·김형규 기자

방북 조문단 귀환… 북측 ‘김정은 대장동지’로 호칭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89)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56)이 27일 방북 조문을 마치고 귀환했다. 두 사람은 조문할 때 상주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했지만, 별도로 만남을 갖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과 현 회장은 이날 오후 1박2일간 조문 일정을 마치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온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방북 결과를 전했다.

고령인 이 이사장을 대신해 오후 3시30분쯤 기자회견을 한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은 김 부위원장과 이 이사장의 만남 당시 이 이사장이 위로의 말을 전하자 김 부위원장이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26일 조문을 위해) 40~50분간 기다렸다가 10분 정도 면담할 수 있었다”며 “많은 인사들이 있어 별도의 면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b>이희호 여사, 김영남 면담</b>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오른쪽)과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 | 교도연합뉴스

이희호 여사, 김영남 면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오른쪽)과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 | 교도연합뉴스

그는 “이날 오전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초청 면담이 있었다”며 “(김 상임위원장이)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강조하면서 세 분(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일이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이사장도 “6·15 및 10·4 정상선언이 계속 잘 이행되길 바라며 저희 방문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방북은 순수한 조문이었다”며 “북한 체류 중 가진 식사자리에 북측 인사는 1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26일 낮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방북단을 영접한 원동연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대장동지께서 (김 전 대통령이) 6·15 때 오셨을 때와 똑같은 대우로 모시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 이사장을 김 전 대통령이 묵었던 방인 101호에 묵게 했다”고 말했다.

<b>손 맞잡은 이희호 여사와 김정은 부위원장</b>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왼쪽)가 26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빈소에서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사의를 표하고 있다. 평양 | AP연합뉴스

손 맞잡은 이희호 여사와 김정은 부위원장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왼쪽)가 26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빈소에서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사의를 표하고 있다. 평양 | AP연합뉴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면담에서 “당과 국가 최고영도자인 김정은 대장동지를 높이 받들고 김정일 장군의 위업을 이어받는 결의를 하고 있다”며 북한 상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단을 영접한 북측 인사들은 김 부위원장을 “김정은 대장동지”로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방북 당시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영접한 게 아니라 실무자들이 나왔으며,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이 개성에서 이 이사장 차에 동승해 평양까지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에 앞서 오후 3시쯤 돌아온 현 회장은 “(김 부위원장에게) 그냥 애도 표명만 했지 별도의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고, 따로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김 부위원장의 인상과 성품을 묻자 “매스컴에서 보는 그대로다. 조문인사만 해 여러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대북사업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순수한 조문 목적이었다. 관련된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며 “평양을 떠날 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배웅을 나와 백화원초대소에서 잠깐 봤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방북 조문단 일행에 극진한 예우를 했다고 평가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조문단과 김 부위원장의 만남 동영상에서 김 부위원장은 이 이사장과 현 회장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이 이사장이 김 부위원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자 김 부위원장은 두 손으로 이 이사장의 손을 감싸쥐었다. 또 이 이사장이 말을 건네자 이 이사장에 비해 키가 큰 김 부위원장이 즉시 허리를 숙여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 회장과의 만남에서도 상주의 비통한 표정을 한 김 부위원장은 허리를 숙이며 두 손으로 현 회장의 손을 감싸쥐었다.

<b>김정은 만난 현정은</b>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조문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의 손을 맞잡고 있다.  평양 | AP연합뉴스

김정은 만난 현정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조문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의 손을 맞잡고 있다. 평양 | AP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이 이사장 등의 조문 소식을 1면에 두 장의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했다. 신문은 “김대중평화센터 리사장 리희호 여사와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명의로 된 화환들이 진정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는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알렸다.

이 이사장과 현 회장은 이날 류우익 통일장관이 마련한 만찬에 참석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자리에서 류 장관에게 “김양건 비서가 여사님이 좋은 때 아무 때라도 꼭 다녀가라고 말씀했다”며 정부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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