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외국인 유학생회 대표 경희대 총유학생회 하운 회장

요즘 대학가 내에서 “여기가 외국이야 한국이야?”라고 물어 볼 정도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대학의 위상이 대외적으로 높아지면서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2011년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은 총 153,190명. 그 중 대부분은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 몽골 등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한국으로 오고 있다. 하지만 그 수에 비해 지금까지 유학생을 위한 자치기구, 지원 제도는 미비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와 같은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이번에 국내 최초로 경희대 내에 총유학생회가 창설되었다.

2006년부터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를 보여주는 표

2006년부터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를 보여주는 표

경희대 총유학생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학생은 중국인 유학생 하운 씨이다. 그녀는 인터뷰가 있던 이날도 외국인 유학생 중 신입생들의 수강신청 설명회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하운 양은 유학생회를 만든 후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녀가 이렇게 힘듦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학생회를 만들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내의 유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는데 정작 그들을 위한 자치기구는 없다. 그 때문에 유학생들은 불편한 점이 있어도 감수해야 했으며 앞장서서 대변해 줄 대표자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회를 만들게 되었다고 그녀는 전했다.

유학생회를 갑자기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고, 유학생회를 만들자는 의견은 2년여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년 전만 해도 학교는 유학생들에게 그다지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성사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는 유학생 수를 보고 학교 측에서도 유학생들에게 예전보다는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번에 드디어 학생회를 창설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재정적인 지원이나 실질적인 도움은 부족한 상태이다. 유학생회 사무실도 개학하기 2주 전에 배정을 받아서 급하게 정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경희대 총유학생회장에 당선된 하운(중국, 27세)

경희대 총유학생회장에 당선된 하운(중국, 27세)

지금 경희대 총 유학생회의 구성원은 총 8명으로 대부분은 중국인이지만 싱가포르, 몽골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유학생회장과 임원들에게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언어’가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전공수업이든 교양수업이든 외국인을 위한 강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들은 한국인 학생들과 한국어로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데, 교수님의 수업도 알아듣기 힘들뿐더러 더욱이 한국어로 쓰인 책은 유학생에게 너무나도 힘든 과제이다.

문화차이도 유학생을 괴롭히기는 매한가지다. 한국의 존댓말 문화는 유학생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문화이다. 같은 아시아권 친구들도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존댓말과 반말이 다르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한다. 또 의식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문화도 유학생들에게 큰 고난이다. 아무래도 외국인에게 한국의 음식은 맵고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유학생들의 입맛까지 고려하기란 학교식당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많은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결해보고자 이들은 힘을 뭉치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뷰에 동행한 경희대 총유학생회의 임원들이다. 왼쪽부터 양정요(중국, 24세), 맥들린(싱가포르, 23세), 장걸(중국, 25세)

인터뷰에 동행한 경희대 총유학생회의 임원들이다. 왼쪽부터 양정요(중국, 24세), 맥들린(싱가포르, 23세), 장걸(중국, 25세)

또 한국으로 유학을 왔지만,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실제로 한국인 친구들에게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미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특히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외국인 친구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특정 국가의 학생들을 희롱하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373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활에서의 어려움으로 1위는 언어문제(33.1%)를, 2위로 한국친구들과의 교우관계(16.6%)를 뽑았다.

응당 중국인 유학생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유학생들도 같은 대학교 학생이지만, 대학 내에서도 한국인 캠퍼스와 외국인 캠퍼스가 나뉜 느낌이다. 무심코 인터뷰 중에 외국인 친구들은 수업시간 외에는 주로 뭐 하면서 노느냐는 질문에 한국생활이 4년차라는 장걸 씨는 “저희도 한국 친구들처럼 카페에 가거나 호프집에 가요. 별로 다를 거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언어와 국적만 다를 뿐 20대의 젊은이들이다. 취직 걱정에 고민하고 친구들과 연애상담도 하고 술 한 잔 마시며 회포를 푸는 한국의 20대들과 다를 바 없다.

한 중국인 친구 A의 사연이다. 그는 지난 학기에 한국인 학생들이 대부분인 교양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탓에 조별 과제가 있어도 참여를 할 수가 없었다. 자료 조사를 하는 데도 한계를 느꼈고 회의 때마다 조원들에게 눈치도 보였다. 최대한으로 도움이 되려고 했지만, 능력 밖의 일이었다. 한국인 친구들은 괜찮다며 수고했다고 말했지만, 거저먹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 한쪽이 계속 찝찝했다. 그래서 미안함에 조원들에게 저녁을 사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그 친구만의 일은 아니다. 특히 조별 과제가 있는 과목에서는 눈치 보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번에 하운 씨가 유학생회장에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들은 위와 같은 문제들을 담고 있다. 그녀는 일단 제일 큰 문제인 언어장벽을 넘기 위해 한국인 도우미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한국인 친구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수월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유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장학금의 규모도 확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국인에게도 큰 부담인 대학의 등록금은 중국인에게도 마찬가지로 부담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등록금과 비교하여 장학금의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반값등록금 1인 시위에도 참여한 하운 씨는 유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한국인 친구들과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외국인 유학생 엠티를 계획하고, 유학생들에게 보다 입맛에 맞는 식당 메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학교 식당에 건의하겠다는 공약들을 내걸었다고 한다. 많은 문제가 존재하지만, 일단은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총 유학생회가 있는 대학교는 경희대 한 곳이 유일하지만, 유학생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보아 유학생회가 생기는 학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눈 인터뷰에서 언급된 유학생들의 여러 고충은 경희대 내의 유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많은 유학생은 고향을 떠나와 낯선 땅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날아왔지만,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좌절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정작 그들의 책임자인 대학교는 유학생들을 유치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유치시킨 후에 유학생을 위한 정책에는 무관심하다. 대학은 한국인과 외국인 학생 간의 멘토링 프로그램, 외국인 전용 수업의 증축 등보다 구체적인 대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재정적인 지원 또한 적극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소다영/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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