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기자는 배부른 '월급돼지'보단 배고픈 언론인이...”

방송 3사 노조위원장 릴레이 인터뷰 : MBC 정영하 노조위원장

MBC, KBS, YTN의 유례없는 방송 3사의 공동 파업이 ‘현재 진행중’이다. 이들이 마이크와 카메라 대신 ‘낙하산 사장 물러나라’는 피켓을 들고, 현장 대신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를 들어보았다. 방송 3사 노조위원장 릴레이 인터뷰 첫 타자는 MBC 정영하 노조위원장이다.

‘수배 중’이었던 김재철 MBC 사장이 마침내 회사를 찾았던 7일, 정 위원장과 전화로 인터뷰하였다.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정기이사회에 참석한 김 사장과 대면한 직후라 그런지 수화기를 타고 넘어오는 정 위원장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정 위원장은 이번 MBC 파업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공정방송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야당, 여당 그리고 어느 특별한 계층에 상관없이 편향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MBC는 방송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며 국민에게서 정부에 ‘종속’된 방송이란 비판을 받았어요”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국민에게 ‘마봉춘’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2009년에는 ‘시사i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가장 신뢰할 만한 언론매체로 선정되기도 했었던 MBC. 하지만 현재의 MBC 뉴스는 비판 보도가 전혀 없으며 한류 아이돌 콘서트 소식이 모든 사회적 쟁점을 누르고 메인 뉴스로 나오는 등 ‘뉴스의 연성화’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BC 노조에서 언론 관계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70% 이상이 ‘MBC가 정권에 예속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MBC 내부에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무려 90%가 ‘현 MBC의 방송에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한미 FTA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서 구성원 내에서 파업의 불씨가 타올랐다고 말했다.

“시민이 물대포를 맞는 것을 보면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어요. FTA 반대 집회에서 ‘MBC 기자 물러가라!’라는 질타를 듣고 우리끼리도 더는 이대로 MBC를 망가지게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커졌어요.”

정 위원장은 “MBC 방송이 이렇게 망가진 그 중심에는 김재철 사장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 2년간 김재철 사장은 MBC를 점진적으로 망가트렸다고 말했다. 취임 1년 차, 김재철 사장은 ‘보도국 장악 1년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김 사장은 사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명씩 인사이동을 하는 등 ‘야금야금’ 보도국을 장악해갔다.

“부장급부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갈아엎었어요.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기자들은 뉴스데스크와 상관없는 프로그램으로 발령이 났어요. 대표적인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었던 ‘뉴스후’는 폐지되었고 뉴스는 점점 정치권 뉴스보다는 한류 소식을 전하는 등 연성화했죠.”

취임 2년 차, 김재철 사장은 MBC 노조가 맺은 불공정한 방송 내용에 대해 노조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 대가로 김 사장은 지난해 1월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3월에는 광우병 사태, 4대강 사업 등 어느 매체보다 현 정권의 정책에 문제제기를 하며 정권에 ‘미움을 샀던’ PD수첩에도 손을 대더라고요”

‘검사와 스폰서’, ‘4대강의 비밀’ 등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굵직한 보도를 했던 최승호 PD는 결국 인사발령을 받고 PD수첩을 떠나게 되었다. 당시 최 PD는 대통령이 다니던 소망교회를 취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사권은 사장의 권한으로, 노조가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한미 FTA가 체결되었고 MBC 뉴스는 ‘FTA 협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만 언급했을 뿐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방송은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죠”

정 위원장은, “이제 곧 있으면 4월 총선이다. 만약 이렇게 계속 간다면 언론인으로서 지녀온 우리의 신념마저 무너질 것이고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파업의 명분을 위해 우선 FTA 협약체결에 관해 공정보도를 불가능하게 한 보도국장과 본부장에 대한 인사쇄신을 김재철 사장에게 요구했다. 김재철 사장은 결국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월 30일을 기점으로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MBC기자는 배부른 \'월급돼지\'보단 배고픈 언론인이...”

MBC 노조를 시작으로 KBS, YTN 노조도 ‘공정방송을 사수하고 낙하산 사장을 해임하기 위해’ 파업을 시작했다. 정 위원장은 “군사정권 이래로 이렇게까지 방송을 장악하려 한 정권은 없었다”며 “우리는 MB가 장악한 언론을 어떤 계층에게도 편향되지 않는 ‘공정한 영역’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최초의 방송 3사 공동 파업이 지닌 의의를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우선 이번 파업이 성공하여 정권에 아부하고 굴복한 낙하산 사장들이 모두 해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인 어느 계층에도 편향되지 않는 공정한 방송과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을 다시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여당이건 야당이건, 아니 (MBC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과 관계된 통합진보당이건 어느 권력도 우리의 감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파업을 시작한 지 38일째,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6주째 결방했고 시청률 1위를 달리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마지막 회를 앞두고 특별 방송으로 대체됐다. 몇몇 시청자는 ‘기다리기 지친다’며 불평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MBC 파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MBC를 지지하고 기다리는 국민에게 정 위원장은 “배부른 월급 돼지가 되느니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배고픈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고 운을 띄우며, “무한도전 못 보게 된 것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MBC를 그대로 두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방송,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지와 성원 부탁합니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정영하 위원장과 인터뷰한 7일, 김재철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전 사원 프리랜서, 연봉제, 기자 계약직화, 파업 불참 보직 간부 우대 계획’ 등을 밝혔다. ‘바른말 하는 배고픈 언론인이 되겠다’는 후배 언론인들 앞에서 김 사장은 ‘배부른 월급 돼지’가 되는 길을 MBC의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날 김재철 사장은 “수갑 찰 때까지 앉아있겠다.”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사장직을 지킬 것”이라고 말하며 퇴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신윤정/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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