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문제 있으면 부부가 함께 맞춤치료 필요”

박효순 기자

멕시코 ‘스타 성의학자’ 람파조 박사 단독인터뷰

당신의 성(性)은 ‘몇 분의 몇 박자’인가. 그 색깔과 무늬는?

글로벌 제약사 릴리가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핀란드, 멕시코 등 세계 13개국 34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 최근 발표한 ‘글로벌 성생활 패턴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성관계 횟수는 매주 1.04회였다. 조사대상 13개국 중 최하위.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는 국가로 꼽힌 포르투갈(매주 평균 2.05회)이나 멕시코(2.03회)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성과학연구소가 몇 년 전 국내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한 달에 1회 미만의 성관계를 갖는 ‘섹스리스’가 28%에 달했다. ‘부부관계의 요체이며 건강의 척도’인 성기능과 성생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최근 성의학 강연차 방한한 멕시코의 성의학자 클라우디아 람파조 박사(45·사진)는 “한국인은 성생활이 남성 위주이며, 발기부전 등 문제가 생기면 남성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 등으로 성생활 자체가 상당히 왜곡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람파조 박사는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스타’성의학자이다.

[건강]“성적인 문제 있으면 부부가 함께 맞춤치료 필요”

지난달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람파조 박사는 온통 빨간색이었다. 손톱에는 빨간 매니큐어를, 입술엔 짙은 빨강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머리도 평소 스타일대로 붉게 물들였다. 그의 생활 자체가 열정적이다. 그는 12살 난 딸이 있다. 전 남편과는 이혼을 한 뒤에도 친구처럼 만난다. 지금은 아들을 둔 남자친구와 같이 산다. 이탈리아의 자유로운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식탁이나 거실 소파에서 어른들이 성에 대한 대화를 자유롭게 하는 것을 들어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상당한 지식도 갖는 등 성 정체성을 터득했다고 한다.

람파조 박사는 “한국 남자들이 자신의 성적 핸디캡을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특히 전문가를 배제하고 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생활을 저해하는 요소인 남성의 발기부전은 부부가 합심해서 적극 치료해야 하며 첫걸음은 ‘전문의 상담’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멕시코인은 가급적 빨리 의사와 의논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 발기부전 환자의 의료인 상담률은 38%에 달하는데 한국은 8%에 그치고 있어요. 전체 국가 평균인 23%에 크게 못미치는 이 차이가 치료 결과와 향후의 성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발기부전은 조기 발견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되는데, 자신의 성기능이나 성생활에 문제가 있어도 ‘의사를 찾는 것이 부끄러워’ 인터넷을 뒤지거나 친구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활발한 성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성 문제가 있을 때 배우자나 파트너, 의사와 의논해 치료하는 것이 활발한 성생활의 기초라는 것이 람파조 박사의 얘기다. 발기부전은 당뇨나 고지혈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 전립선 비대증 같은 배뇨장애 관련 질환의 전조증상이거나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숨기면 숨길수록 성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건강 전반에 걸쳐 문제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에 따르면 멕시코 사람들도 과거엔 한국 못지않게 ‘성 문제’ 상담을 회피했다고 한다. ‘마초(macho) 문화’로 인해 남성이 자신의 성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여러 과의 전문의와 성의학자가 협력해 병원에 환자가 오면 성에 관한 문제점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등 성적 문제점은 부끄러워하거나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꼭 치료해야 할 질환’이라는 점을 교육을 통해 강조했다. 그 덕분에 멕시코에서는 이웃에게 “건강검진 받으러 간다”고 말하듯 “성상담을 받으러 간다”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중요한 것은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났을 때 ‘부부 중심의 맞춤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발기부전으로 인한 영향은 당사자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확장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남성에게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부터 파트너인 여성에게 성욕 감퇴, 불감증, 질경련 등 성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62%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성 트러블이 일방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공통분모가 되는 셈이죠. 따라서 치료를 받을 때 배우자와 터놓고 얘기하고 전문의와 함께 부부의 성생활 패턴에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을 찾아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녀는 성관계를 맺는 이유가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기분을 풀거나 상대방과 화해하고 싶을 때 성관계를 갖고, 여성들은 관계가 틀어지면 성관계를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을 했을 경우, 남성은 성관계를 통해 화해하기를 원하고 여성은 화가 나 있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게 된다. 남녀가 성관계를 언제 할 것이냐의 차이는 신경생리학적 차이도 영향을 끼친다. 남성의 경우 성욕을 느끼는 인자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여성의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여성에서는 남자의 능력(힘, 권력, 돈)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관계에 대한 발로가 어찌됐든 활발한 성생활은 부부관계의 윤활유일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예방 등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일주일에 2회 이상 오르가슴을 느끼는 사람의 심장마비 발생률이 한 달에 1회 이하인 사람에 비해 50% 이상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울증을 개선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기대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보고서도 있다. 남녀가 성관계를 가지며 오르가슴을 느낄 경우 옥시토신이라는 ‘애착관계와 유대감’을 강화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성생활이 원활하지 못하면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에서도 조기 성관계와 불륜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부 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배우자가 자신을 거부하거나, 자신과의 성관계를 어떤 대가로 이용할 때 염증을 느끼기 쉽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전한 성관계에 대한 교육입니다. 어릴 때부터 건전한 성생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파트너 간 커뮤니케이션의 개선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사 등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은 신체 건강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라는 점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또 람파조 박사는 여성들이 자신의 성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것을 주문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구나 성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성 권리는 기본적인 인권이기 때문이죠. 여성들은 자신이 성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는 멕시코에서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는 커플들은 대개 지속 시간이 긴 발기부전 치료제나 하루 한 알 꾸준히 복용하는 제제를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언제든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여유로움과 자신감, 자유로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애(性愛)는 남성의 발기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합니다. 발기만 되었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자신과 파트너가 충분한 애정과 여유를 바탕으로 마음과 느낌이 통해야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발기부전 치료제 선택에서도 남성 자신뿐 아니라 배우자나 파트너의 생활패턴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가서 사전 검사와 상담 등 전문의의 진료를 바탕으로 부부 중심의 맞춤 치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이런 과정을 통해 발기부전은 건강의 이상신호라는 것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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