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녹음파일 속 112경찰 “에이 끊어버리자”읽음

수원 | 경태영 기자

‘수원 살해사건’ 피해자 통화 또 거짓말 드러나

신고 전화 뒤 해당 센터 서버 다운도 은폐 의혹

경찰청 감찰팀의 조사에서 수원시 20대 여성 납치살인사건 피해자 ㄱ씨(28)가 112신고센터에 신고한 음성파일에 “에이 끊어버리자”라는 직원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은 사람도 범인 오모씨(42·중국교포)가 아닌 신고센터 직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충격적이다. 경찰이 신고전화를 끊지 않고 위치추적을 계속했다면 ㄱ씨가 살아날 수 있었을지 몰랐을 일이다.

ㄱ씨는 당시 위급한 상황에서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지금 성폭행당하고 있어요”라며 구조요청을 했다. 그러나 경찰은 ㄱ씨가 비교적 상세하게 위치를 설명했음에도, 다른 질문만 했다.

ㄱ씨는 당시 112신고 사실을 들켜 오씨한테 구타당하고 청테이프로 결박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12센터 직원들은 이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던 피해자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한 직원은 부부싸움인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그것도 모라자 생명을 애원하고 있던 피해자를 외면한 채 전화를 끊어버리자고까지 했다. ㄱ씨는 경찰이 자신을 구조해 줄 것으로 믿고 애타게 기다리다 끝내 목숨을 잃었다. ㄱ씨는 경찰의 구조를 기다리며 범인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녹음파일 속 112경찰 “에이 끊어버리자”

경찰은 피해자와 112신고센터의 통화 내용을 한동안 숨기기까지 했다. 경찰은 당초 ㄱ씨의 112신고 사실만 밝힌 채 오씨를 13시간 만에 살인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이후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면서 ‘ㄱ씨 현장 20m 콕 찍어 신고’라는 보도가 나오자 “현장을 특정해서 신고한 사실이 없다”며 스스로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경찰은 당시 “신고시간은 1분20~30초 분량으로 피의자가 ㄱ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껐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러다 언론이 추가 취재를 하자 이번에는 “사실은 7분36초 분량인데 통화는 1분20~30초만 됐고, 나머지는 무음과 현장 소음만 있어 공개를 안했다”고 두번째 거짓말을 했다. 당시 112신고센터 안에 있던 20여명의 요원들은 공청상태로 통화 내용을 모두 들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다시 신고 음성파일에 ‘피의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고 언론이 공개를 요구하자 이번에는 ‘공공정보공개법’과 ‘112 운영규칙’ 같은 법 규정을 내세워 파일 원본의 공개를 거부했다. 유가족들의 음성파일 공개 요구가 거듭되자 경찰은 12일에야 공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공개할 예정인 음성파일에는 “에이 끊어버리자”는 112 지령실 직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감찰팀도 증폭기를 이용한 뒤에야 내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음성파일 원본의 특정 부분에서 들리는 직원의 목소리를 삭제하려고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신고 전화가 끊긴 후 추가 지령을 위해 15분 뒤인 1일 오후 11시15분쯤 ㄱ씨의 녹취파일을 찾으려 했지만 서버가 다운돼 1시간45분이 지난 2일 오전 1시쯤에야 녹취 파일을 복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12신고센터 서버 다운 역시 공개 거부를 위한 또 다른 조직적 은폐였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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