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지로 변한 신촌에서 인문학을 일구는 세 청년

미디어그룹 ‘OLIVE’ 인터뷰

청년 셋이 모였다. 순수학문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져가고, 온갖 체인 음식점, 학원들이 늘어가는 신촌에 말이다. 이들은 지난 3월, 미디어그룹 ‘OLIVE(Open Lecture Live, 이하:올리브)’를 결성하고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는 대안대학 ‘풀뿌리사회지기학교’가 자리한 신촌 카페 ‘체화당’에서 우리 사회의 지성과 석학을 초빙해 지식공유 형태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올리브를 이끄는 청년들, 주영민(연세대 사회학과06, 대표), 최지태(연세대 경영학과07), 문영석(연세대 정치외교학과07) 씨를 만났다.

■ 올리브는 어떻게 탄생했나. 셋의 만남이 궁금하다.

- 주영민:우리는 작년에 『프론트』라는 20대 트렌드 문화잡지를 만들다가 만났다. 사실 『프론트』는 무료잡지였는데 15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이었기 때문에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잡지광고 시장도 만만치 않더라. 결국 올해부터 잡지는 나오지 않게 됐다. 잡지 일을 그만 두고 문화와 지역사회, 학문과 연계해서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대학생 신분으로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었다.

올리브 제공

올리브 제공

■ 올해 강연을 총 세 번 진행했다. 최재천 교수, 고은태 교수, 마광수 교수 등 유명 석학들이 체화당을 채웠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생 그룹이다 보니 올리브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단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 최지태:우리는 비영리 미디어 그룹이다. 인문학적 소양. 지식존중과 나눔문화를 일반 대학생들과 공유하기 위해 그룹을 결성하게 됐다. 요즘 인기 있는 강연들은 ‘멘토’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인생비전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많이 한다. 올리브는 이러한 형태의 수동적인 자기계발이 아니라 지식공유에 초점을 맞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강연의 파급력을 위해 웹과 모바일 상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앞으로 제공할 영상 서비스는 좋은 장비를 통해 정적인 화면이 아닌 역동적인 화면구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지식을 현대적인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널리 공유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 얘기를 듣고 보니, 올리브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유사 서비스들과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해졌다. 인문학 미디어 콘텐츠가 날로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숱한 유명 학자들의 강연이 쏟아져 나오지 않나. 이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 주영민:생각해보면 가장 큰 차이는 소규모 강연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불특정 다수가 접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이 연동되어 있다. 지식공유가 아니라 특별강연으로 가는 측면들이 굉장히 많다. 오프라인 강연에서는 연사들과 내밀하고 가깝게 얘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더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위해 소규모라는 기조를 계속 유지 할 생각이다.

올리브 제공

올리브 제공

■ 신촌이라는 지역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인 것 같다. 하지만 신촌에만 서비스가 국한돼 있는 것보다는 대학가 곳곳에 올리브가 하는 일이 퍼져나가는 것이 더 좋은 방향 아닐까.

- 문영석:지금 이 시점에서 신촌은 인문학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에 대한 기능이 상실됐다고 본다. 이대, 서강대, 연대가 모여 있지만 사회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신촌 자체가 굉장히 모순되어 있다. 신촌이 최근 유흥문화의 중심지로 바뀐 지 오래다. 신촌에 있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고, 모든 대학생들이 취직을 위해 학원을 다닌다. 이러한 모순된 공간인 신촌에서 우리의 활동을 통해 인문학이 죽어가는 곳에서 인문학을 살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 주영민:맞다. 여러 지역, 여러 대학 안에서 올리브라는 플랫폼이 함께 연동이 되는 형식으로 지식공유가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다양한 위치에 있는 지역기반의 지식공유 말이다. 제주나 부산에 있는 친구들도 분명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리브의 포맷은 굉장히 간단하다.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소규모 강의를 통해 지역기반으로 움직인다는 것. 또한 인문 정신에 방점이 있어야 하는 것, 그리고 젊은이들이 함께한다는 것. 이것만 있다면 올리브와 같은 형식은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올리브 제공

올리브 제공

■ 사실 어느 순간부턴가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인문학 자체가 도구화되고 소비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주영민:인문학의 도구화와 스펙화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약간 애매한 입장이다. 어떤 것이 맞는 지 고민 하는 중이다. 인문학은 당연히 효용의 잣대로서 가치를 평가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의 근본적 가치는 그 내재성에 있기 때문에. 물론 인문학은 분명히 사회적인 효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인문학의 생존문제에 효용이 침투할 때라고 본다. 맥락이 다른 문제들이 많다. 그 비판 자체는 전체론적인 비판이라서 앞으로 논의를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문학은 분과론적인 학문체계가 아니라 상상력과 질문에 대한 사고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단체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많겠지만,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 주영민:어려운 점 보다는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훨씬 많다. 체화당이라는 공간 자체는 아이디어만 보고 투자를 해준 것이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 일이다. 영상촬영팀 ‘모자이크’ 역시 흔쾌히 강연 영상을 찍어주고 계신다. 연사 분들 역시 머릿속에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니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고, 무료로 강연을 해주신다. 앞으로 나올 스트리밍 서비스 어플도 ‘nsworks’라는 단체가 도맡아 개발을 돕고 있다. 사실 올리브를 처음 시작 할 때에는 망할 줄 알았다.(웃음) 그런데 트위터에 강연 공지를 올리자마자 참가신청 메일이 많이 왔다. 요즘 들어 점점 올리브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가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많이들 도와주신다. 대학생 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 올리브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 문영석:앞으로 올리브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젊은이들에게 강연을 듣고 싶은 명사를 추천하게 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앞으로 강연에 오신 분들이 늘어나게 되면 올리브 안에서 인문학 토론의 장을 마련해보고 싶다. 오픈된 장에 함께 모여 토론하고 싶다.

- 최지태:일단 상반기 8회, 하반기 8회 강연을 진행 할 예정이다. 이미 예산도 확보되어 있다. 지금까지 세 번의 강연을 진행했으니 상반기에는 강연이 다섯 번 남았다.

- 주영민:올해 5~6월 중 웹 페이지를 개설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 활동이 젊을 때 한 번 해보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생 진행 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본다.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일. 비슷한 뜻을 공유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운동을 통해 지식에 대해 갈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프로젝트를 확산시키고 싶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도 공유하고 싶다. 우리는 이 포맷이 어디에도 적용될 수 있는 포맷이라고 본다. 지금은 소소한 지역기반 프로젝트이지만 앞으로 올리브를 전세계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 사실 지속가능한 의미있는 활동을 올리브가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유정미/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Yess_tw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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