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골프세 인하 추진…누구 좋으라고?

오창민 기자

한 해 최대 3550억원 세수 줄어

“제2의 부자 감세” 논란

정부가 추진 중인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방안이 확정되면 연간 최대 3550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1~6학년, 중학교 1~3학년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정부는 세금 감면을 통해 부유층의 해외 골프 관광을 국내로 유인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부자들의 세금만 깎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대중골프장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300여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 수는 연간 1680만명이었다. 정부는 1인당 2만1120원의 소비세를 물려 지난해 총 3550억원의 세금을 걷었다. 정부의 내수 활성화 방안은 이 같은 세금을 줄이거나 없애 해외로 나가는 골프 관광객을 국내로 유인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2009~2010년 해외골프 수요를 억제하고 지방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지방의 회원제 골프장에 한해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면제했다. 하지만 이 기간 골프 관광객 등을 포함한 출국 인원은 되레 늘었다.

정부, 골프세 인하 추진…누구 좋으라고?

2008년 1199만명인 출국자는 2010년 1240만명을 기록했다. 출국자는 2009년 940만명으로 잠시 줄었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영향이 컸다. 당시 조명환 한국조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기고에서 “지방 및 제주도의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면세제도가 지방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조세형평성을 저해하고 세수 감소만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해외골프가 관광이나 비즈니스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

경희대 골프산업연구소 자료를 보면, 해외골프 여행의 80% 이상은 관광과 레저, 비즈니스 등이 결합돼 있다. 순수하게 골프만을 즐기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은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국내 골프로 대체할 수 있는 해외 골프는 전체의 20% 수준도 안되는 셈이다.

해외 골프 여행객 대부분이 고소득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2만원 감면은 ‘당근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서 실내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수백만원짜리 해외 골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돈 2만원 아끼기 위해 국내로 여행지를 바꾸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회원제 골프장은 전국적으로 약 350곳,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사람은 10만명 안팎이다. 개별소비세 폐지는 그동안 이들과 골프장 업주들의 단골 민원이었다. 골프장 업계는 개별소비세가 위헌이라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정희 정부 시절 사치성 시설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며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는 내국인 카지노(5000원)의 4배, 경마장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 초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 대 2 의견으로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골프장 입장 행위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수 확보는 물론 사치성 소비에 조세부과를 통해 과세의 형평성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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