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인혁당 발언 사과 놓고 당·박 후보 ‘엇박자’

임지선 기자

오후 4시 홍일표 “박 후보 표현 오해 소지, 사과”

오후 4시40분 박근혜 “홍 대변인과 얘기 나눈 적 없어”

오후 5시 이상일 “박 후보는 전혀 모르는 브리핑”

12일 오후 4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

오후 4시40분 “홍일표 대변인과 이야기 나눈 적 없어요.”(박근혜 후보)

오후 5시 “박 후보와 전혀 이야기가 안된 상태에서 나온 브리핑이다. 후보는 전혀 모르고 있다.”(이상일 대변인)

12일 인혁당 사건 논란을 둘러싼 박근혜 후보의 발언을 두고 빚어진 풍경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b>새누리 당사 앞 봉쇄한 경찰</b>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인혁당 관련 발언을 비판하는 항의 집회가 이어지자 경찰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을 봉쇄한 채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새누리 당사 앞 봉쇄한 경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인혁당 관련 발언을 비판하는 항의 집회가 이어지자 경찰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을 봉쇄한 채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홍일표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인혁당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기 위해 초안을 작성했다.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을 두고 10일 “두 개의 판결이 있다”, 11일 “다른 증언도 있다”고 한 발언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불을 끄기 위해서였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 후보가 실수였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홍 대변인은 이를 모아 “박 후보의 표현에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썼다. 당 전략기획팀과도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변인은 브리핑 전문을 최경환 대선후보비서실장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냈다고 한다. 30분 후 “수고했다”는 식의 답변 메시지가 왔다. 홍 대변인은 브리핑을 진행하라는 뜻으로 이해했고 기자회견장에 섰다.

박 후보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에 참석 중이었다. 박 후보가 행사장에서 잠시 나왔을 때 이상일 대변인이 홍 대변인 브리핑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여줬다. ‘박근혜, 인혁당 발언에 사과’라는 제목이었다. 박 후보는 “홍 대변인과 이야기한 적 없다”고 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를 확인하는 브리핑을 했다.

당은 발칵 뒤집혔다. 당과 대선 후보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황우여 대표 측은 대변인 브리핑이 황 대표와 상의한 뒤 나온 것인지를 확인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최경환 후보비서실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홍 대변인과) 통화한 적 없다”며 사전 조율을 부인했다. 박 후보 측근들은 “대변인이 개인 돌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일이 커지자 홍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과한다’는 부분만 취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모양새가 더 우스워진다는 지적에 따라 포기했다. 판사 출신인 홍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 체크를 못한 내 불찰이다. 대변인하기 힘드네. 그만둬야 하나”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 후보 측은 이날 밤 긴급 회의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밤 9시30분 이상일 대변인은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박 후보와 조율된 입장을 내놨다. 최종적으로 “사과”라는 표현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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