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무대 한 달을 허송세월

이지선·강병한 기자

“약점 보완 기회였는데…” 과거사에 발목 ‘갈팡질팡’

“그 좋은 한 달을 이렇게 보내고 말다니….”

지난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1인무가 가능했던 무대가 16일 막을 내렸다. 민주통합당이 문재인 대선 후보를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독무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과거사에 발목 잡혀 허송세월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당 지도부에서 공개적인 비판이 나왔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8월 대선 후보 공식 선출 이후 어제 민주당 공식 후보가 선출될 때까지 우리 당 대선 후보만이 유일하게 국민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독무대였다”면서 “그럼에도 당의 준비 부족과 대응 미숙은 자충수와 미숙한 대처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세계총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인사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세계총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인사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정 최고위원은 “지금 우리 당의 최대 적은 막연한 승리에 사로잡힌 오만한 인식과 안일한 행태”라고 말했다.

기실 박 후보의 경선 캠프 쪽에서는 경선 후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 한 달이 중요하다는 말을 누차에 걸쳐 해 왔다. “이 한 달 동안은 박 후보 약점을 보강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캠프 핵심관계자)는 ‘한 달 활용론’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박 후보는 후보 확정 후 김해 봉하마을 방문 등을 비롯해 대통합 행보를 해왔다.

그러다 암초를 만났다.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 이후 행보의 동력이 떨어졌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한 ‘두 개의 판결’ 발언 이후 ‘과거사 프레임’에 갇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박근혜(친박)계 관계자는 “대선은 결국 큰 프레임과 당의 전반적 기류 문제인데 역사 문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박 후보가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후보가 스스로 이 문제를 깨고 나오느냐, 아니면 반전 기회를 못 잡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 관계자도 “역사 문제는 그냥 사과를 하고 나오는 방법밖에 없다”며 “추석 전에 고개 숙이는 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당 대선 기구 관계자는 “보수가 망하는 방법은 극우에 발길을 맞추는 것”이라며 “박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완료할 때 역사 인식과 관련해 시그널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수 민심도 고려해야 한다”(핵심 관계자)는 논리 속에서 갈팡질팡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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