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박근혜 바로보기

‘MB와 엮이기 싫어’ 4대강·종편 침묵

백철 기자

4·11총선서 ‘이명박 거리두기’ 전략성공 이후 대선정국서도 현정부 실패정책 언급 회피

침묵은 금이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있어 ‘MB에 대한 침묵’은 ‘이명박근혜’로 묶이지 않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박 후보가 진두지휘한 4·11 총선 결과는 ‘이명박 거리두기’ 작전이 성공했음을 보여줬다.

박근혜와 이명박. 두 사람은 새누리당의 양대 계파인 친박계와 친이계의 실질적 수장이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고 당권을 잡은 친이계는 2008년 총선에서 친박계 공천 학살을 벌였다. 당시 박 후보는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친이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만은 삼가 왔다. ‘세종시 수정안’을 제외하고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도 찾기 어렵다.

2009년 6월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여의포럼’ 1주년 행사에서 박근혜 의원이 당시 여권 핵심 인사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의원, 박근혜 의원,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 우철훈 기자

2009년 6월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여의포럼’ 1주년 행사에서 박근혜 의원이 당시 여권 핵심 인사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의원, 박근혜 의원,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 우철훈 기자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4대강 사업과 조중동매(조선, 중앙, 동아, 매경) 종합편성채널로 대표되는 언론정책이다. 박 후보는 두 사안 모두에 대해 침묵했지만 그 양상은 조금 다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침묵은 ‘MB와의 거리두기’의 일환이다. 박 후보 본인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는 하지 않고, MB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만 말한다. 반면 측근들의 4대강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일부러 교통정리를 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박 후보의 침묵은 ‘묵시적 동의’에 가깝다. 2009년 미디어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 직전 박 후보는 “직권상정하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말했지만, 미디어법 자체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디어법 수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행보였다.

4대강 사업은 MB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사업으로 인기를 얻은 이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는 2007년 5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21세기에 그런 운하를 파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측근들의 4대강 비판 발언도 침묵
박 후보는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이런 시각을 견지했다. 2008년 3월 박 후보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운하에 관해 경선 때부터 반대했고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2008년 5월부터 촉발된 촛불시위의 여파로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포기했다. 대신 들고 나온 것이 4대강 사업이다. 이때부터 박 후보는 초지일관 ‘4대강과 한반도 대운하는 다르다’, ‘현 정부가 책임질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촛불시위 이후인 2008년 12월에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니 믿어야 할 것”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인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박근혜 후보는 야당과 비판 진영으로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수 차례 요구받았다. 하지만 박 후보는 3년가량 4대강 사업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다가 지난해 12월 경향신문의 ‘이상돈·김호기의 대화’에서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당시 박 후보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묻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의 말에 “정부에서 대운하 대신 4대강 사업을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라서 제가 언급하기가 부적절하고 또 결과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고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편에 대해선 ‘묵시적 동의’ 수준
박 후보의 측근들 입장은 어떨까. 개인별로 입장은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4대강 사업에 호의적인 평가는 아니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인터뷰 이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된 이상돈 교수(현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예전 자신의 입장이었던 ‘4대강 사업 중단’을 말해 왔다. 한 인터뷰에서는 박 후보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전향적 접근’을 주문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친박계 의원들의 생각은 2009년 11월 열린 ‘여의포럼’에서 그 대강을 읽을 수 있다. 현기환 전 의원은 “수량 확보보다 수질이 중요하다”며 “순서는 지류부터 하고 본류는 그 다음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서병수 의원(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그렇게 시급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월 18일 성남 가천대 특강을 마친 후 입구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박민규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월 18일 성남 가천대 특강을 마친 후 입구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박민규 기자

대표적 친박 이한구 의원은 2010년 12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데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꾸 악순환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연설에서 4대강 사업에 투입한 22조원으로 복지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편문제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입장은 ‘원론적 찬성’에 가깝다. 2009년 종편 선정 등의 내용이 담긴 미디어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대치했을 때, 박 후보는 여러 차례 ‘합의처리’를 강조하며 기업과 신문의 방송 지분 보유 허용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야당이 주장한 ‘종편 특혜’, ‘언론 장악’ 등의 사안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직권상정이 임박하고 여야의 대치가 극에 달하던 2009년 7월 19일, 박 후보는 “지금 이 시점에서 더 노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일 당장 직권상정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흘 뒤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될 때 박 후보는 찬성표를 던졌다.

야당이 박 후보가 미디어법에 대해 말바꾸기를 한다고 비판하자 친박계 이정현 전 의원(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 박 후보를 옹호했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는 미디어법에 초지일관했다”며 “지난 8개월 동안 박 전 대표는 일관되게 미디어법 개정 찬성, 여론독과점 우려 해소 장치 마련, 여야 합의 노력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4대강과 종편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현재 생각은 어떨까? 박 후보와 접촉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그의 현재 생각을 아는 것도 어렵다. 박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직전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실 폐쇄 방침에 대해 “아버지는 매달 기자들과 오찬을 할 정도로 언론에 문을 열었다”며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하지만 본인은 이명박 정부 들어 단 한 차례도 개별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박 후보의 첫 단독 인터뷰는 2011년 11월 개국한 4개 종편을 통해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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