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후보가 진정 ‘노무현’을 넘으려면

민주통합당이 대선 공간에서 ‘친노의 역할론’을 놓고 다시 시끄럽다. 문재인 대선 후보 측이 실무그룹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에 친노 인사들을 대거 배치하면서 생긴 불협화음이다. 비노 인사들이 “참여정부를 고스란히 재연하는 거냐”고 반발하자 친노 인사들은 “실무자까지 편가를 일은 아니다”라며 맞서고 있다. 저마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정치는 행위자가 아닌 관찰자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 후보 선대위는 엊그제 윤후덕 의원을 부실장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메시지팀장에,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정무행정팀장에, 윤건영 전 정무기획비서관을 일정기획팀장에 각각 임명하는 등 비서실 실무 책임자급 팀장 인선을 발표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친노 인사’들이다. 같은 색이나 다름없는 이해찬 대표의 사람들이 포진한 선대위 전략기획실까지 확장하면 색채는 강화된다. 정태호 전략기획실장과 오종식 전략기획팀장은 이 대표 사람들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은 중앙선대위 공동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문 후보가 공언한 ‘용광로 선대위’ 모습은 아니다.

문 후보의 공보단장인 우상호 의원은 “후보를 가까이서 보좌하는 팀은 아무래도 경선 때부터 손발을 맞춰왔던 사람으로 구성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일견 타당하다. 문제는 친노들이 얼마나 포함돼 있고, 누가 포함돼 있느냐다. 전해철·양정철 두 사람은 비노 측이 2선 후퇴를 요구한 ‘3철(이호철·전해철·양정철)’ 중 2인이다. 현재의 구성만 놓고 보면 후보를 단순하게 보좌하는 비서실 기능을 넘어 ‘비서실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문 후보는 국민대통합 운운하며 보수 인사까지 영입하고 나선 마당이다. 문 후보로서는 다소 억울할지 몰라도 ‘참여정부 재연’이라는 말이 나오고 이로 인해 당내 잡음이 인다면 무슨 통합인가. 이러고도 비노 인사들이 성심성의껏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오해다.

‘노무현을 넘어’는 문 후보의 구호다. 노무현의 공과 과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과를 극복함으로써 좌절한 노무현의 꿈과 문 후보의 집권 구상을 완수하겠다는 의미일 터다. 비서실장을 지낸 문 후보의 다짐이라 허투루 들리진 않는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친노들은 다르다. 그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부활했으나 공만 얘기할 뿐 과는 외면하고 있다. 자신들이 추진해오다 뚜렷한 설명 없이 입장을 바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권력을 되찾고자 와신상담했을지 모르나 정책적으로 진화했다는 믿음이 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에 대한 반성이 없는 권력 집착은 한풀이거나 권력 놀음에 대한 향수일 공산이 크다. 문 후보가 진정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고 싶다면 사람과 정책 측면 모두에서 친노의 한계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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