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2) 경제민주화 답보… 김종인, 박 공개 비판…거취 고민

이지선 기자

“경제민주화에 의지도 관심도 없다”

박은 구체 방안 안 내놓고 원칙론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으뜸 공약인 경제민주화 정책이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5일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다”며 박 후보를 공개 비판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한 의원총회에서 당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도출하지 않자 이날 박 후보와 당을 강하게 비판한 뒤 연락을 끊었다. 측근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휴대전화도 맡기고 생각도 정리할 겸 지방으로 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나는 적당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박 후보에 대한 그의 실망감은 전에 없이 깊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숫제 “새누리당은 더 이상 경제민주화를 이야기 안 하는 게 좋겠다”거나 “어제 의총을 통해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는 정당으로 확인됐다”는 극언까지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있는 한 경제민주화는 요원하다는 말까지 했다. 전날 이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는 보자기와 같아서 안에 있는 물건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모양도 냄새도 달라진다”면서 “보자기 안의 것이 어떤 내용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꾸 공개되다 보니까 오해와 논쟁이 많이 생긴다”고 경제민주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거취를 고민하는 상황은 박 후보로선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떠날 경우 그동안 그를 앞세워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쌓아놓은 박 후보의 지지세는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이는 다른 공약에 대한 박 후보의 진정성까지 의심케 하는 이른바 ‘진정성 붕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이 예까지 이른 데는 박 후보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지지 입장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밝힌 적이 없다. 김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를 놓고 설전을 벌일 때에도 그는 “두 분의 경제민주화에 차이가 없다”는 말만 되뇌었다.

박 후보는 이날도 원칙론만을 반복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한인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안 정하면 일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경제민주화는 확실히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한마디였다.

대선기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대선 후보의 공약도 중요하지만 대선 전에 최소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2~3개 정도는 통과시켜야 국민으로부터 당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러려면 당내 논의가 되어야 하며, 또한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의 세부 내용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황폐해진 칸 유니스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아름다운 불도그 선발대회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페트로 아웃 5연승한 넬리 코르다, 연못에 풍덩!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