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호창 합류, 안철수식 새 정치에 부합하나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어제 전격적으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진영에 합류했다. 현역 의원이 안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것은 처음이다. 송 의원은 “우리 아이들 미래를 낡은 정치 세력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합류 배경을 밝혔고, 안 후보는 “국민이 선택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 의원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의식해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으나 문·안 두 후보 진영 사이엔 냉기류가 깔리고 있다.

우리는 먼저 송 의원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는 탈당의 변은 귀를 의심케 한다. 새 정치를 실천하겠노라 천명해도 좋았을 법한데 친정을 ‘낡은 정치 세력’으로 몰아세워야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송 의원은 4·11 총선 때 전략 공천이라는 예우를 받으며 여의도에 입성한 인사다. 더구나 그는 어제 오전 ‘오후에 중요한 일이 있다’며 상임위 질의 순서까지 바꿔 국감까지 마쳤다고 한다. 그러고도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에서 낡은 정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굳이 이해하려 들자면 못할 바도 아니다. 송 의원은 “150명 국회의원을 거느린 새누리당이 연일 근거 없는 악의적인 공격과 흠집내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안 후보는 단 한명의 현역 없이 홀로 벌판에 서 있다”면서 “안 후보와 뜻을 함께 나눠온 저로서는 깊은 책임감으로 가슴 아파 견딜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런 심정이라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친구 사이’라 할 만큼 각별하다. 4·11 총선 당시 안 후보는 송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송 의원은 안 후보 측이 새누리당의 불출마 종용 의혹을 폭로할 당시 배석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송 의원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국감 기간에 현역 의원이 탈당해 경쟁 후보 진영으로 말을 바꿔탄다는 것은 정치도의에도 어긋나는 처신이다.

‘안철수 현상’의 요체는 정치 혁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후보들도 다 거론하는 의제이지만 정치 혁신에 관한 한 안 후보에게 더 기대를 거는 이유는 그가 밝혔듯이 정치 경험의 부재가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터이다. 낡은 정치 중에서도 으뜸은 의원 빼가고, 빼오기일 것이다. 그를 대표로 뽑아준 민심에 대한 배반이고, 필연적으로 화합보다는 대결의 정치를 부르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은 송 의원의 합류가 자신들이 말하는 새 정치에 부합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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