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후보의 ‘김무성 중용’ 납득할 수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어제 “김무성 전 의원이 앞으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박 후보는 당 내홍에 근원적 처방을 하는 대신, ‘화합’을 내세워 김 전 의원을 중용하는 선에서 사태를 매듭지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이한구 원내대표 사퇴 요구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 영입 철회 요구 등은 비켜가려는 모습이다.

우리는 김 전 의원의 중용이 미봉책조차 되기 어렵다고 본다. 박 후보가 주창하는 경제민주화나 국민대통합론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김창성 전방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외삼촌이다.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할 주체로 적절치 않다. 실제 그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을 만나 경제민주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색깔론과 여성 비하 발언으로도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해 방사능 불안감을 조장하는 불순세력이 있다”며 휴교령을 내린 진보교육감을 배후로 거론했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비서실장 시절엔 장상 총리 서리를 두고 “대통령 유고 시 여성 총리에게 국방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비서실장직을 사퇴했다. 이런 수준의 인식을 가진 인물이 여성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을 총괄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미래’를 강조해온 박 후보가 ‘과거’의 상징과도 같은 김 전 의원을 선대위 간판으로 내세운 것은 박 후보의 한계를 드러낸다. 위기가 닥치면 이를 직시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돌파해야 함에도 박 후보는 ‘봉합’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듭되는 쇄신 요구를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진정한 수습책이 나올 리 없다. 현 친박근혜(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후보비서실장을 물러나게 하고는 옛 친박의 대표 격인 김무성 전 의원을 선대위에 기용하는 식의 인사가 나오는 까닭이다. 새누리당 쇄신파도 그러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제의 핵심에 박 후보가 있음을 알면서도 박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태도로는 어떠한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현재의 새누리당으로는 경제민주화나 국민대통합을 이야기하는 일이 사치스러워 보인다. 당내에서조차 민주주의와 통합의 길을 찾지 못하면서 누구에게 민주주의와 통합을 말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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