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교 기자

‘진심·상식’ 강조 비교우위 자신감…딱지·편법증여 등 의혹도

최근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각광받는 의제가 바로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다. 국정감사가 아니라 ‘안철수 감사’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연일 안 후보 관련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안 후보가 세운 안랩 관련 의혹부터 재산문제, 부인 관련 의혹, 학력 위조 의혹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대부분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것들이다.

일부 의혹에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의혹 제기는 그가 가진 ‘도덕적 신비감’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 일부 의혹에는 안 후보가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안 후보 자신은 ‘진심’과 ‘상식’을 강조하며 도덕적 비교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타격이 만만치 않다.

<b>빈대떡 부치는 안철수</b>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10일 충남 천안의 한 오이농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오이 빈대떡을 부치고 있다. | 연합뉴스

빈대떡 부치는 안철수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10일 충남 천안의 한 오이농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오이 빈대떡을 부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일부 의혹 인정하고 사과, 대부분엔 “근거 없다” 일축
검증을 ‘네거티브’로만 인식… 적절한 대응 못해 비판도

■ ‘무욕의 이미지’의 이면

‘다운계약서’, ‘딱지’(재개발 아파트 소유권), ‘토지 편법 증여’. 그동안 쌓아온 안 후보의 이미지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단어들이 검증 과정에서 등장했다. 일부는 사실로 판명됐다.

재산을 둘러싼 의혹에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드러난 부분이 있다. 그 역시 부모로부터 물질적인 도움을 받고, 부동산 거래 관행을 따른 ‘범인(凡人)’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에게 높은 도덕적 기대치를 점점 떨어뜨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지만 안 후보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 1년여간 국정경험도, 정치경험도 없는 그가 유력 후보들을 위협할 만한 지지를 받아온 것은 성공한 부자이면서도 무욕의 인생을 살아왔다고 알려진 게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그가 펴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 나온 몇몇 대목은 ‘현실 속 안철수’와 거리감을 극대화하는 단초가 됐다. 그는 “거주민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논리만으로 밀어붙이다 용산참사 같은 사건을 초래했다. 앞으로 도시를 재개발할 때 세입자 등 상대적 약자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그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신혼 초 마련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파트는 1988년 당시 폭력 철거로 논란이 된 곳이다. 철거용역이 원주민들을 몰아낸 뒤 지어진 아파트 ‘딱지’를 안 후보 어머니가 구입했다. 안 후보 측은 “축의금, 결혼자금 등을 모아 부모님께서 신혼집으로 마련해 주신 것”이라며 “아파트 매입은 부모님께서 주위로부터 소개를 받아 이뤄진 것인데 25년이 지나 당시 과정에 대해 정확한 기억은 못하신다”고 밝혔다.

신혼부부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집을 마련한 것을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인인 안 후보 부부가 자신의 보금자리가 어떤 경유로 마련됐는지를 잘 몰랐다는 해명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에서 “안 후보는 저서에서 ‘아이 때문에 신세지는 것 외에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며 “당시 어머니 돈으로 샀다고 하는 딱지 매입은 중산층이나 서민 가정의 20대 청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2001년 사당동 아파트를 팔고 송파구 문정동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 후보는 “이유가 무엇이든 잘못된 일로 사과드린다. 더욱 엄정한 잣대로 살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다운계약서 문제에서는 이견도 나온다. 서울 잠원동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중개업을 했다는 공인중개사 정모씨는 1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부동산 실거래제가 실시되기 전이어서 실거래가보다 낮게 적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검인계약서는 따로 설명 없이 중개소에서 알아서 작성하고 본인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운계약서는 그간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낙마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7월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던 김병화 인천지검장도 청문회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문제가 됐고, 다른 이유들과 겹쳐 낙마했다. 김 후보자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안 후보보다도 이전인 2000년이다. 김 후보자도 “대리인인 법무사가 알아서 했다”고 해명했다.

안 후보 할아버지가 1979년 안 후보와 가족들 명의로 99㎡짜리 2층 주택과 224㎡의 토지를 ‘사실상’ 증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 후보 할아버지는 부산상고를 나와 금융조합장에서 근무했다. 안 후보 측은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기 전이라 명의신탁이 가능했고, 실제 증여를 받거나 어떤 재산상 이익을 얻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2009년 출간된 어린이용 자서전에서 “할아버지로부터 물질적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소속 후보 안철수 뒤집어보기](4) 도덕성

■ ‘교수 안철수’도 논란

한국연구재단에 등록된 안철수 후보 논문은 모두 다섯 편이다. 이중 세 편의 논문이 재탕 또는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다운계약서 논란과 달리 논문 관련 의혹을 놓고 안 후보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1993년 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제1저자가 5년 전 쓴 학위논문을 재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 후보도 군복무 중일 때 이 논문에 제2저자로 참여했다. 이에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학위논문은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라며 “학술지 발표를 이중게재라고 보는 것은 학술 발표의 기본적인 프로세스에 무지한 사람이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91년 의학박사 논문도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안 후보 측은 이석호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주임교수의 말을 인용해 “문제삼는 ‘볼츠만 곡선’은 19세기 통계 물리학자 볼츠만이 정립한 물리학적 원칙으로 뉴턴 만유인력의 법칙과 비견되는 법칙”이라면서 “뉴턴 원리를 적용할 때마다 <프린키피아>를 인용하지 않듯, 볼츠만의 원리를 적용할 때 인용문을 달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밝혔다. 또 안 후보가 연구조원으로 참여해 제출된 연구보고서가 다른 석사의 논문을 베꼈다는 보도에도 “그 논문에 이름이 올라간 줄도 몰랐고 연구비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의 연구성과를 놓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안 후보는 서울대 의대 교수,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거쳤으나 연구논문은 다섯 편에 불과하다.

안 후보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학문은 단순히 논문 몇 편을 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에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르치느냐를 판단한다”며 “실제 현장의 경험, 본인의 연구결과 등 여러 가지를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인 김미경씨의 서울대 의대 교수 채용 과정에는 특혜 의혹이 뒤따른다. 안 후보 부부는 지난해 6월과 8월 각각 서울대 정교수로 임용됐다. 이때 김 교수 임용은 정년보장교원임용심사위가 회의를 두 번 연 끝에 통과시켰다. 김 교수의 전공 관련 연구실적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당시 심사위원 한 명이 사퇴하는 진통도 있었다. 서울대와 안 후보 측은 “전문성을 고려해 적법하게 임용됐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 ‘검증 = 네거티브’라는 인식 옳은가

안 후보 측은 출마선언 전부터 페이스북에 개설한 ‘진실의 친구들’을 통해 의혹 제기에 대응해왔다. 금태섭 상황실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준길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공보위원으로부터 협박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 실장은 새누리당이 사정당국 도움을 얻어 불법사찰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출마선언 이후에 몇몇 의혹 보도에도 안 캠프는 기관이나 정당 도움 없이는 알 수 없는 정보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안 후보도 검증 공세와 관련해 수차례 발언했다. 출마선언 때는 “저는 선거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전주 우석대 강연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분명히 ‘나쁜 선거’ 하지 말라고 하고 스스로 네거티브의 피해자라고도 하는데 정작 같이 있는 분들은 정반대로 행동한다”며 공격했다. 안 후보는 최근 캠프 관계자들에게 “이제 (의혹) 다 나왔나 보죠. 이만하면 저 괜찮은 후보 아닌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 후보 측이 검증 공세에 예민한 것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도덕성 공격으로 입는 타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를 이유로 국민으로부터 스스로 ‘호출’당했다고 여기는 그가 도덕적인 결점이 드러나면, 바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추석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상태인 것도 최근 네거티브 공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캠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를 향한 검증 과정을 안 후보 측이 지나치게 ‘낡은 정치’ ‘네거티브 공세’로만 본다는 비판도 있다. 한 논문의 표절 가능성에 추가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안 후보 캠프는 별다른 설명 없이 “그 건에 대해 저희는 이미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답하는 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제기한 문제든, 어떤 내용이든 국민 앞에 아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안 후보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는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을 사과했으나, 다음날 연이어 제기된 다른 다운계약서에 대해 ‘어제의 사과로 갈음한다’고 대응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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