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영·박홍두 기자

결벽수준에 가까운 청렴성… 노 측근은 엄격히 관리 못해

“한번도 그의 도덕성을 의심해본 적 없다.”(노무현 정부 청와대 핵심 관계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이르는 대체적인 주변 평가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내내 권력 상층부에 있었지만 부패 문제로 이름이 거론된 적이 거의 없다. 이는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치 이력이 짧은 덕분이기도 하다. 빚질 일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에 거리를 뒀다는 의미로, 이는 다시 정치가 요구하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문 후보의 리더십과 스타일에서 빚어지는 문제도 문 후보의 이런 점과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 ‘문재인’과 정치인 ‘문재인’의 간극을 살펴봐야 하는 까닭이다.

<b>막걸리 따르는 문재인</b>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오른쪽)가 10일 전북 정읍 관청리의 한 유기농 쌀 재배단지에서 벼베기를 도운 뒤 농민들과 새참을 먹다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막걸리 따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오른쪽)가 10일 전북 정읍 관청리의 한 유기농 쌀 재배단지에서 벼베기를 도운 뒤 농민들과 새참을 먹다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 부패 문제는 거의 거론 안돼… 서청원 변호·아들 취업 논란
부산저축은행 검사와 관련 금감원에 청탁 전화 의혹

■ 개인적으로는 청렴하지만 대통령 측근 비리 관리는 실패

문 후보와 함께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고위 관계자는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특권을 거부했다”고 문 후보를 설명했다. 지난해 겨울 경남 양산 자택 주변이 눈으로 뒤덮였다. 부인 김정숙씨가 양산시청에 전화해 “눈을 좀 치워달라”고 했다. 시청 관계자는 “급한 곳부터 처리하고 치워주겠다”고 답했다.

다음날 문 후보 집 주변 눈이 치워져 있었다. 문 후보가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김씨는 “시청에 전화했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해도 전화를 하면 그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겠느냐. 그 자체가 특권이다. 똑같은 대우도 거부해야 한다”며 화를 냈다. 김씨는 “순서대로 치워달라고 했을 뿐인데 뭐가 잘못됐느냐”며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청와대 재임 시절, 그는 중·고교 동창회에 단 한 차례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민정수석 시절에는 검찰과 핫라인으로 연결돼 있었던 전화선을 끊어버렸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제기된 문제가 없지는 않다. 경남 양산시 매곡동 자택이 대표적이다. 한옥인 사랑채의 처마 일부(5㎡)가 하천 용지를 지나가는 불법 건축물이고 재산신고에도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누리당은 “선거법에 따르면 재산신고 시 무허가 건물도 신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조사 끝에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누락된 건물을 추가해 다시 신고했고, 해당 건축물 규모가 작고 금액도 크지 않다”며 기소유예했다.

이렇듯 문 후보 자신은 개인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들은 오히려 그에게 오점으로 남아 있다. 문 후보는 2003년 2월부터 1년, 그리고 2005년 1월부터 2006년 5월까지 1년4개월 동안 두 차례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형 노건평씨는 2005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연루된 세종증권 로비에 개입한 혐의로 2008년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박 회장 문제는 임기 때는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내내 노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박 회장이 정상문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자금을 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문 후보는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기업 쪽과 형님(노건평씨) 모두 적극 부인했고 청와대도 수사권이 없어서 더 파고들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그와 가까웠던 청와대 관계자도 “문 후보를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수차례 경고했다. 대통령이 그 부분은 참모들을 원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 말은 다르다. 그는 “형님과 박연차 회장은 주요 관리 대상이었다. 이상하게도 민정수석실이 철저하게 마크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했다. 홍보라인 관계자도 “측근 관리는, 심하게 말하면 인권을 무시할 정도로 해야 한다. 그렇게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과적으로 민정수석 문재인은 대통령 측근 비리를 막는 데 실패한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문 후보는 조직을 주도적으로 장악하기보다 논의해가면서 함께 가는 스타일”이라며 “개인 관리에는 철저할지 몰라도 주변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처리하고 진화하는 능력은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 문재인 뒤집어보기](4) 도덕성

■ 변호사 ‘문재인’과 대통령 후보 ‘문재인’

“(처음 청와대에서 나왔을 때) 당분간 변호사를 하는 건 안된다고 생각했다. 변호사로 돌아갈 때까지 조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청와대를 나왔을 때) 남은 참여정부 동안 변호사로 복귀하는 것을 포기하고 쉬기로 했다. (참여정부가 끝났을 때) 변호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도 곧바로 변호사 개업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전관예우는 아닐지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참여정부가 끝난 후에도 7~8개월가량 공백기를 가진 뒤 변호사로 복귀했다.”(‘양정철닷컴’의 ‘문재인을 말하다’에서)

문 후보는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뒤 부산에서 개업, 노 전 대통령과 인권·노동 변호사로 활동했다. 정치에 뛰어들기 전까지 변호사로 일한 기간이 40년이다. 그는 변호사 커미션을 없애고 시국사건에서도 변론할 때뿐 아니라 수사와 재판에서까지 형사소송법 절차를 지키려 했다고 한다. 변호사로서 누리는 사회적 특권을 거부하고 형사소송법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여도 실천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문 후보에게 눈에 띄는 경력이 있다. 2008년 말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의 변호인으로 참여했던 일이 그것이다.

문 후보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양정례·김노식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고 3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 변호를 맡았다. 서 전 대표가 2008년 12월 3심을 앞두고 변호인단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당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였던 문재인 후보와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포함됐다.

문 후보는 “서 전 대표가 비례 후보들로부터 개인적으로 돈을 받아서 쓴 (공천비리 성격의) 사건이 아니다”라며 “친박연대라는 정당이 총선 때 비례 후보들로부터 돈을 받아 당 운영자금으로 썼고, 그것도 당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했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이 비례 후보에게 특별당비를 받아서 당 운영자금으로 쓴 것은 당시 관행이었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일 수 있지만 그 시기 다른 정당들도 그렇게 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청원 전 의원 변론 사건은 ‘변호사 문재인’과 ‘정치인 문재인’의 거리를 보여준다. 당시 변호사로서 법리 관계를 다투는 일에 충실해야 했다지만, 대선주자가 된 지금도 변호사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넓혀 보면 정치인 문재인의 가치관과 철학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문 후보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을 두고 지난달 28일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그런 부분이 잘못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없던 시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시기에 일어났던 일이 아닐까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국민의 눈높이, 정치인의 시각은 아닌 셈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문 후보 시각은 (변호사 출신의) 직업적 특성과 법·제도 중심의 정치 환경 때문인 측면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민적 상식을 받아들여 법과 관행의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게 통치의 기준이다. 법이 모든 것의 잣대가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 부산저축은행 검사청탁 논란·아들 취업특혜 의혹

부산저축은행 수사청탁 전화 의혹도 특권 배제라는 문 후보의 그간 주장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문 후보는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부산저축은행 금융감독원 검사 완화를 위해 금감원 유병태 담당국장에게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종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문 후보가 금감원 검사를 완화하기 위해 금감원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법무법인 ‘부산’은 2004~2007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59억원의 사건 수임료를 받았다. 청탁 로비의 대가로 이 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부산은 이를 문제 삼아 이종혁 전 의원을 고소했으나, 검찰은 조사 끝에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금감원 국장이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임한 2004년에는 문 후보가 부산을 떠나 활동하지 않던 시기여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취업을 둘러싼 의혹도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다시 제기됐다. 2007년 준용씨가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일반직 5급에 채용된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지난 5일 국무총리실 대상 국정감사에서 “고용정보원은 보통 10~15일 동안 입사공고를 내는데 당시 채용공고는 6일밖에 내지 않았다”며 “문 후보 아들이 입사 서류를 넣고 난 다음 지원하려던 사람들의 입사 지원을 저지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그때 고용정보원 원장은 문 후보의 청와대 부하였다”고 덧붙였다. 2007년 당시 고용정보원장은 권재철 전 청와대 노동비서관이다.

문 후보 측은 “특혜 채용은 실력 없는 사람을 비공식적으로 채용하는 건데 준용씨는 외부 수상경력과 외국어 실력 등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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