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정 후보 위해 MBC 민영화한다는 황당한 발상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경영진이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공영방송 MBC의 민영화를 전제한 것으로,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대선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이 지난 8일 만난 자리에서 MBC는 “내년 상반기 MBC를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며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지분 30%를 파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이사장은 보유 중인 부산일보 지분 100%를 부산·경남 기업인들에게 매각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하며 우리는 우선 그 발상의 황당함에 아연할 뿐이다. 도무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공공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공영방송 지분을 놓고 마치 제 것인 양 감놔라 배놔라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정수장학회가 부산 기업인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강압적으로 빼앗은 것임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2월 법원이 강제헌납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 적도 있다. 그 점에서 정수장학회의 보유자산은 장물이나 다름없다. 이를 매각한다는 것은 장물을 처분하겠다는 발상이다. 부산일보의 경우는 법원이 김지태씨 유족들의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로, 함부로 매각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다음은 공영방송을 누구 맘대로 민영화하겠다는 것인가의 문제다. MBC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공영방송으로 자리잡게 됐는가.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에 힘입어 국민적 토의와 합의를 거쳐 제정된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해 탄생한 것이 공영방송 MBC다. MBC 노조가 올해 무려 170일 동안 기록적 파업을 벌인 본질적 이유도 방송의 공영성 수호였다. 방송 장악을 노리는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김재철 MBC 사장 아래서 극도로 위축돼 가는 공정보도를 살리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 정권이 그동안 공영성 탈색을 노려 끝없이 MBC 민영화를 획책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 드러난 매각 논의는 김 사장이 밀실에서 집요하게 MBC 민영화를 추진해 왔음을 보여준다.

개탄스럽게도 이번 논란에서 다시 거명되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다. 최 이사장은 MBC 지분 매각 대금을 활용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이것은 대선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이 지역에서 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활동을 하겠다는 말도 된다. 설혹 백번 양보해 공영방송 민영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이것만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김재철과 최필립 두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만족시키기 위해 방송의 공영성을 내준다는 말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론화 과정은 일체 생략된 이런 황당한 계획이 현 정권과의 교감 아래 진행된 것인지, 또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후보에 대한 일방적 선물로 나온 구상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이 도리어 박 후보에게는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두 사람은 황당한 시도를 거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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