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장물 처분’ 비판에 ‘언론 길들이기’ 논란도

강병한 기자

“출자 한 푼 안한 부산일보 팔아 표 얻으려 해”

최필립 이사장, 이진숙 만나 “노조가 지랄”

MBC는 ‘밀실협상’ 비난 일자 “도청” 물타기

정수장학회가 MBC와 부산일보의 지분 매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매각의 불법성, 언론 공공성 훼손, 밀실협상’이라는 지적이 우선 제기된다.

■ 지분 매각, 법적으로 가능한가

부산일보 지분 매각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법원은 올해 초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김지태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산일보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부산일보 주식의 매매, 양도, 질권 설정 등 일체 처분을 해서는 안되고 부산일보를 상대로 주권 인도를 청구해서도 안된다”고 유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1심 결과지만 김씨 유족 동의가 없는 정수장학회의 일방적인 지분 매각은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다.

한 유족은 “법원의 판결에 반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사기죄에 가깝다”고 밝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강제 헌납’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려 한다는 데서 윤리적 문제도 있다. 김씨 유족들은 2010년 6월 법원에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부산일보·한국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 주식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헌납 과정에서 강압성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는 증거가 없다. 이를 취소할 수 있지만 주식을 증여한 1962년 6월20일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취소하지 않아 취소권은 소멸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항소를 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수장학회의 전격적인 처분 시도는 ‘장물처리’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부산일보에 10원 한 푼 출자한 적 없는 정수장학회와 박근혜 후보가 장물을 팔아 대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도둑심보”라고 말했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박 후보를 지원할 목적으로 매각 대금을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장학금으로 활용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비판도 야당이 제기하고 있다.

■ 언론 길들이기, 밀실야합 논란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에는 언론 길들이기 의도도 엿보인다. 최 이사장은 지난 8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일보의 경우 노조에서 지랄들을 하는데, 도저히 더 이상 손을 못 대겠다” “노조 때문에 (부산일보가) 민주당인지 진보당인지 기관지로 돼 있으니 이 사람(부산·경남 지역 기업 총수)들이 안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기업들에 팔아버리겠다는 의도다. 앞서 정수장학회·부산일보 사측과 부산일보 노조는 편집권 독립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충돌, 소송전과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30% 매각 시도는 전방위적 사퇴 압력을 받는 김재철 사장의 MBC 민영화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만약 실제 민영화될 경우 이명박 정부하에서 공공성이 훼손된 MBC는 자본의 지배까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 방송과 공공성을 강조해온 노조를 무력화하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노렸을 수 있다.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처리가 일부 당사자인 MBC 사측과 정수장학회의 밀실협상으로 진행돼온 것도 논란거리다. 지분 70%를 가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도 비밀 회동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와 정수장학회 측은 회동 자체는 시인했지만 세부적 논의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양측 밀실협상이 드러나자 MBC 측은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최 이사장은 MBC를 의심하며 당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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