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후보의 대통합이 ‘반쪽’에 그치지 않으려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어제 국민대통합위원들을 대동한 채 4·19 묘역을 참배했다. 박 후보는 방명록에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으로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썼다. 그는 전날에도 부마민주항쟁 유가족에게 사과했고, 오늘은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한다. 지난달 24일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한 ‘과거사 기자회견’에 이은 후속 행보다. ‘대통합’이라는 화두를 빼고는 그의 최근 행보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10월은 박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진 시간이다. 어제는 부마항쟁 33년이고, 오늘은 유신 선포일이며, 26일은 박 전 대통령이 운명한 지 33주기 되는 날이다. 박 전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박 후보가 ‘대통령 박근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들이다. 과거사 극복을 통한 대통합은 박 후보에게 부여된 시대적 책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박 후보가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동분서주하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대통합 행보가 아직 ‘정치적 이벤트’에 머무는 인상이 짙다는 점이다. 부마항쟁 사과만 해도 처음으로 위로를 표시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지만 아픔의 치유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같은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유족들이 ‘진상조사부터 하라’고 외치는 건 당연하다. 색깔론과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새누리당의 ‘북방한계선(NLL) 공세’를 방관하고, 계층 통합을 위한 핵심정책이라 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는 운만 띄운 채 대안 제시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부마항쟁 유족들에게는 사과한다면서도 또 하나의 과거사인 정수장학회에 대해선 자신이 관련없다고 강변하는 등 같은 날, 다른 메시지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 대통합은 민주화 투쟁을 한 사람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대통합위원으로 임명한다고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합은 말과 더불어 행동으로, 머리와 함께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유족을 위로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결여된 사과와 반성은 고비를 넘기 위한 정치적 언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가 반쪽짜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고통을 가슴으로 절감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의 딸이 아닌 대통령 후보로서의 제자리 찾기가 그 출발점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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