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판 목소리를 ‘정치 공세’ 치부… 과거사 수렁 못 벗어나

이지선·이재덕 기자

전향적 입장 표명 관측과 달리 정면돌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21일 정수장학회 입장을 밝히면서 거듭 ‘정치 공세’라고 규정했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의혹 제기나 공익성 강화 등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정수장학회가 자신과 무관하며 장학회로 문제없이 활동했고, 따라서 의혹 제기는 대선 후보인 자신을 겨냥한 근거 없는 공세일 뿐이란 논리다. 정수장학회 설립 과정에서의 강제 헌납이나 이후 박정희 정권의 언론통제 문제 등 역사적 맥락을 무시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박 후보는 이날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 표명 기대와는 달리 강경한 정면돌파를 택했다. 대선 후보로서 정치적 논란의 정리·해소 주문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오른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사진 크게보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오른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그런 회견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인혁당 2개 판결’에 이어 또 다른 과거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박 후보는 이날 입장 발표로 정수장학회 문제는 자신이 풀어야 할 과거사 문제로 보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인혁당 사건이나 유신 피해자들에게 분명한 사과의 뜻을 밝힌 것과 달리 정수장학회 논란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인식이다. “정수장학회 관련 몇 가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밝힌 데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박 후보는 또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 외에 여러 헌금으로 설립된 것이고, 김지태씨의 재산도 강제헌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법원의 재산 헌납 ‘강압성 인정’을 재차 해명하는 과정 끝에 객관적 사실로 인용은 했지만, 무효화할 정도의 강압이 아니란 결정과 김지태씨가 부정축재자란 점 등을 들어 정권의 재산 수용이 과도한 불법과 강압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이후 활동도 정치와는 무관한 모범적 장학회 운영임을 적시, 장학회 태동에서 현재까지 어떤 불법도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박 후보는 그럼에도 정치적 논란이 된 상황인 만큼 장학회가 논란을 풀 해법을 내달라고 해결의 책임을 넘겼다. 정치 공세라면서 해소를 주문하고, 그것도 자신을 향한 것이라며 주문은 장학회에 하는 겹모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후보 캠프의 생각은 이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수장학회 문제에서 밀리면 육영재단이나 영남대 문제에도 정치공세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라는 인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번 입장 발표를 앞두고 김지태씨 유족을 이사회에 포함하자는 제안도 올라갔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일로 정수장학회 문제에 관한 한 박 후보의 입장이 얼마나 확고한지 확인됐다.

한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수요모임의 소장파들이 박근혜 대표와 갈라지게 된 시발점이 정수장학회였다”며 “한 소장파 당직 의원이 ‘정수장학회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건의를 했지만 박 후보는 ‘당내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느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격화될 게 뻔하다는 점이다. 박 후보로선 아예 이를 각오한 것이고, 당내 우려와 달리 대선 가도에 크게 불리할 것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란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당내 한 의원은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무관하고 법적으로 (지분 매각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이 문제를 두고 야권과 전선을 이어갈수록 ‘기존 정치권’이라는 이미지만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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