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일부 발언, 사실과 다르다

구교형·이혜리 기자

(1) 강압 없었다
법원 “국가가 강압적으로 주식 증여받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21일 정수장학회 강탈 논란에 대해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면서 “법원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이날 발언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김지태씨 유족은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마무리된 게 아니라 항소심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소송 결과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장학회의 소유 주식 헌납 과정에 강압이 없었던 것으로 법원에서 결론났다는 발언도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김지태씨가 정부의 강압에 의해 부산일보와 MBC, 부산MBC 주식을 (정수장학회에) 증여하게 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는 시효가 지난 데다 강압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에 대해서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 배경은 그동안 과거사조사위의 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나와 있다. 5·16 쿠데타 직후 수립된 군사정부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사회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명분으로 부정축재 처리 요강을 발표한 뒤 대대적인 기업인 수사를 벌였다. 당시 중앙정보부(중정) 부산지부는 1962년 3~4월 김지태씨가 세운 부일장학회 간부와 김씨가 운영하던 회사 임직원, 김씨의 부인을 줄줄이 구속했다. 재판부는 중정 수사 과정에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재산은 우리 것이다’ ‘살고 싶으면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라’는 협박성 발언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당시 일본에 머물던 김씨는 측근들과 부인의 구속 소식을 전해듣고 귀국한 뒤 구속됐다가 기부하겠다는 각서를 쓴 뒤 풀려났다.

(2) 부일장학회와 다르다
기본재산, 김지태씨 강탈재산으로 구성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김지태씨가 만든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수장학회는 1962년 5·16장학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대기업들의 추가 자산 출연이 있었다.

과거사위 보고서를 보면 “5·16장학회 설립 전후에 하와이 교포들로부터 1000만여환을 모금하고 당시 장학회 이사였던 이병철 전 삼성 회장으로부터 1억환, 김연수 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부터 3000만환을 기부받은 적이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박 대표 말과 달리 정수장학회와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수장학회의 모태는 김지태씨의 강제 재산 헌납이 기초가 됐다. 과거사위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의 기본재산은 전적으로 김지태씨로부터 강제 헌납받은 재산”이라고 밝혔다.

정수장학회도 5·16장학회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스스로 밝혔다. 정수장학회는 1992년 펴낸 <정수장학회 30년사>에서 5·16장학회가 부일장학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정수장학회는 <정수장학회 30년사>를 통해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계승했다고 표현했는데 박 후보가 새로 만든 거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5·16장학회는 설립 당시 부산일보 주식 100%(2만주), MBC 주식 100%(2만주), 부산MBC 주식 65.5%(1만3100주) 등 김지태씨 소유 언론 3개사의 주식 5만3100주와 부산시내 토지 10만여평 등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정수장학회는 지금도 부산일보 주식 100%와 MBC 주식 30%, 경향신문 부지 일부가 기본재산이다. 50년째 김지태씨의 강탈 재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3) 잘 운영해 왔다
공익재단이 사유재산처럼 관리돼 왔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덕분에 3만800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어려운 환경에 있던 학생들이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모범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과거사위)는 ‘부일장학회 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 사건 진실규명’ 보고서를 통해 “공익재단인 정수장학회가 사유재산처럼 관리돼 왔다”고 결론냈다. 과거사위는 보고서에서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김지태가 헌납한 재산은 당연히 공적으로 관리되고 운영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5·16장학회를 거쳐 정수장학회로 이어져 왔다. 그 과정에서 사유재산처럼 관리돼 왔다”고 했다. 이어 “장학회의 이름에서도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을 내세웠으며 그동안 이사진도 대체로 박 대통령에 의해 선임됐고 그의 사후에도 유족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수장학회는 평소 장학사업을 하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사업을 계속해왔다.

정수장학회 장학생들 모임인 ‘청오회’ 회원들은 해마다 육영수 여사 추도식과 박 전 대통령 추도식, 박 전 대통령 탄생일 생가 방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 ‘박정희 체육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14일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회 ‘정수대전’에 2003년 이후 1억5000여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정수장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박 전 대통령의 희귀 사진을 모은 사진집 출판을 위해 모 출판사에 1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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