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표권 보장이야말로 ‘대통합’의 첫걸음이다읽음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당초 ‘헌법적 권리’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 ‘정략적 접근’이라고 반박하던 여당은 갈수록 투표시간 연장에 공감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등 야권 대선 후보들이 국민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공세를 확대하고 나섰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여당 일각에서 ‘반대 명분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결국 박근혜 후보의 선택이 관건이다.

문 후보 측은 후보 사퇴 시 국고보조금 환수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데 이어 1300만명을 목표로 한 국민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문 후보 측 김민영 공동선대위원장은 투표시간 연장 반대야말로 ‘반헌법적 태도’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여야 합의를 지켜보되 여의치 않을 경우 국민청원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국민적 지지의 토대가 마련된 상황에서 투표시간 연장 관철을 ‘무소속 대통령론’을 뒷받침하는 호기로 여기는 듯한 분위기도 엿보인다. 양 진영에선 투표시간 연장 운동이 야권 두 후보의 가치와 정책 연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외견상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다른 조짐도 감지된다.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투표시간 연장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은 “투표시간 연장을 포함해 법정공휴일화 등 투표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자고 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제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인사도 “개인적인 생각이나 결국 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실토했다. 앞서 이재오, 유승민 의원 등은 이미 공개적으로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여당 일각에선 야당이 요구하는 투표시간 연장을 수용하는 대신 이 기회에 행동거지가 불편한 노인들에게 편리한 투표 장소나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여당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현실적인 대안 모색이다.

투표시간 연장은 비용이 더 드는 돈의 문제라거나 젊은층의 투표율을 더 올리려는 야당의 정략적 접근이라는 여권의 주장 자체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웅변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투표를 하기 싫어 포기하는 기권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굳이 박 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투표권 보장이야말로 100% 국민 대통합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여야라는 울타리를 넘어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국민의 권리나 정치 쇄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투표시간 연장은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박 후보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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