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안철수, 이제 ‘단일화’ 대의만 보고 가라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어제 단독 회동을 열고 ‘후보 등록 전 단일화’ 등 7개 항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두 후보는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을 함께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라는 원칙 아래 새누리당의 집권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나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또 “단일화 추진에 있어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국민의 뜻만 보고 가야 하며, 국민의 공감과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문·안 후보가 내놓은 합의문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회동 전에는 단일화의 대원칙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통큰 합의가 이뤄졌다. 우리는 특히 공동합의문 가운데 3개 항에 주목한다. 첫째, 단일 후보는 후보 등록일(25~26일) 이전까지 결정한다는 부분이다. 단일화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등록 이후로 단일화가 미뤄질 경우 공직선거법의 규제 등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양쪽 지지층 결집을 위해 국민연대를 결성하고, 그 일환으로 ‘새 정치 공동선언’을 내놓기로 한 점이다. 단일화는 후보 개개인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의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져야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다짐해온 만큼 국민참여의 정신을 합의문에 담은 것은 옳은 방향이다. 셋째,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공동캠페인을 펼치기로 한 대목이다. 정치쇄신의 첫걸음은 국민주권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한다. 더욱이 이 문제는 문·안 후보 지지층뿐 아니라 대다수 시민이 공감하는 사안이다. 단일화의 대의와 명분을 제대로 입증할 만한 소재라는 얘기다.

어제 회동의 내용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만남의 형식 그 자체였다. 1987년 체제 이후 김대중-김영삼의 후보 단일화 논쟁을 비롯해 1997년 DJP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2007년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협상에 이르기까지 주로 개혁·진보 진영에서 진행돼온 단일화 논의의 장에서 처음부터 후보들이 전면에 나선 사례는 없었다.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이라는 단일화의 근본 취지를 감안할 때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향후에도 생산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두 후보 간 신뢰와 국민적 여망을 무슨 내용으로 채울까 하는 고민이 될 것이다. 어제 발표된 7개 항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하되 궁극적 목표는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축대 쌓기로 모아져야 한다고 본다. 두 후보가 단일화라는 큰 틀에 합의한 이상 양 진영은 그 대의에 걸맞게 성큼성큼 나아가야 한다. 대의가 아닌 방식과 절차에 매달릴수록 단일화의 피로도는 증가하고, 감동은 줄어든다. 두 후보는 어제 단일화를 향한 의지와 결단을 국민 앞에 천명했다. 이들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개혁·진보 진영의 대선운동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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