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안철수, 설득과 타협의 정신 잃지 말아야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어젯밤 회동했다. 안 후보 측이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잠정 중단을 선언한 지 나흘 만이다. 문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대승적으로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두 후보는 ‘새 정치 공동선언’에 최종 합의하는 한편, 단일화 방식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팀을 오늘부터 가동키로 했다고 한다. 단일화 협상이 급류를 타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도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방식이든 여론조사+α 방식이든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 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민주당 측이 선호해온 배심원제나 국민참여경선 등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인적쇄신론의 타깃이 돼온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협상 재개의 물꼬를 트기 위해 총사퇴했다. 안 후보는 이 대표의 사퇴를 ‘살신성인의 결단’으로 평가하면서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화답했다. 안 후보 캠프는 새누리당 출신이라는 전력 때문에 민주당의 반발을 샀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을 단일화 실무협상팀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단일화 협상이 다시 제 궤도에 들어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양 진영의 행태는 실망스러웠다. 단일화의 대의보다 감정을 앞세우고, 파트너를 존중하는 대신 여과없는 불신을 노출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유권자들의 시선은 냉랭해졌다. 문·안 후보가 협상 테이블에 복귀한 것은 이를 의식한 결과일 터이다. 뒤늦게나마 양 진영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 믿고 싶다.

이제 두 후보에게는 퇴로가 없다. 후보 등록(25~26일)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양 진영은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등록일 이전까지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는 일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는 서양 속담처럼 세부 규칙을 정하는 일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 일례로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조사 문항이나 시행 시기 등에 따라 양쪽의 이해가 갈릴 수 있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될 때까지, 아니 단일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도 많은 고비가 찾아들 것이다. 그때마다 갈등과 반목이 재연된다면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양 진영은 직시해야 한다.

문·안 후보는 지난 6일 첫 단독 회동에서 ‘단일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만 보고 가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협상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두 후보는 이 합의문을 다시 꺼내 읽어보기 바란다. 국민의 뜻에 따라 단일화 협상에 나선 초심을 잊지 않을 때 ‘떳떳한 승자’와 ‘아름다운 패자’가 탄생할 수 있다. 양 진영이 인내심을 갖고 설득과 타협의 미덕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