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정권의 민생 실패에 박 후보는 책임 없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어제 강릉 유세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정부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놓았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부산 유세에서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며 공식 선거운동 이후 처음으로 현 정부를 비판한 데 이은 것이다. 야당의 ‘이명박근혜’ 공세에 대응해 MB 정부와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상당수 국민 사이에서 ‘여당 내 야당’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2008년 총선 공천과 2010년 6월 세종시법 수정안 부결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8월 청와대 단독회동 이후의 박 후보는 여당 내 야당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당시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측은 이후 별다른 갈등을 빚지 않았다. 박 후보는 비판여론이 거센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없고, 이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협상 과정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개원 뒤에는 합의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내곡동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문제를 두고도 ‘연장 거부’를 청와대에 요청했다.

박 후보가 현 정부의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을 비판한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747(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 공약을 비판한 듯하나, 박 후보도 2007년 경선에서 이와 유사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한동안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박 후보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사실상 내치고 성장론으로 회귀하는 모습도 보이는 터다.

여당 대선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는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잘한 정책은 잘한 대로 계승하고, 잘못한 정책은 잘못한 대로 인정하면 된다. 다만 자신이 관여한 부분은 분명히 언급하고 자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지난 5년간 새누리당의 대주주였던 박 후보가 새누리당 정권의 실패를 두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이미 심판받았다고는 하나, 개별 정책의 공과와 관련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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