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태 선임기자·유희곤 기자

“장사 안돼 가게 내놔도 안 팔려… 제조업체선 일감 대부분 끊겨”

중소기업 사장도, 전통시장에서 영업하는 식당 주인도, 문방구를 운영하는 사람도 ‘장사할 맛이 안 난다’고 했다. 경기가 내리막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절벽과 같았다.

‘중소기업, 자영업자·골목상권 살리기’를 주제로 지난달 27일 열린 경향신문 집담회에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류병길씨(55), 문방구 주인 김승수씨(51), 네일아트숍 주인 장미씨(26), 커피전문점 주인 임일해씨(60), 식당 주인 박정출씨(46), 슈퍼마켓을 하는 이윤근씨(62) 등 6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장사하기 힘들고 기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육성과 자영업자·골목상권 보호’란 주제로 지난달 27일 열린 경향신문 집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 정동의 한 건물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장미, 이윤근, 김승수, 임일해, 박정출, 류병길씨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중소기업 육성과 자영업자·골목상권 보호’란 주제로 지난달 27일 열린 경향신문 집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 정동의 한 건물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장미, 이윤근, 김승수, 임일해, 박정출, 류병길씨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큰 공약만 있고 소상공인 피부 와 닿는 정책 없어 실망스럽다”

- 다들 경기가 안 좋다고 울상이다. 사업이나 가게 운영이 힘들 텐데.

이윤근 = 서울 강서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데,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골목 상권이 나빠졌다. 경기가 3년 전부터 나빠지더니 올해 최악이다. 주변에 슈퍼마켓을 폐업한 사람들이 허다하다.

박정출 = 15년간 건어물 가게를 하다 사정이 어려워져 서울 둔촌시장에서 전을 부쳐 파는 식당을 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설이나 추석에 친지들을 만나면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얘기만 한다. 내 가게는 지난해 매출이 100이었다면 올해는 30 정도로 줄었다. 전통시장 내 다른 가게들도 10명 중에 흑자 내는 사람은 1명 정도다. 3~4명은 손익분기점 수준이고 나머지 3~4명은 적자다. 장사가 안돼 점포를 내놔도 팔리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권리금 5000만원을 내고 새로 가게를 열었지만 장사가 안돼 가스·난방비만 겨우 내는 점주도 있다.

류병길 = 제조업체에서는 요즘 일감이 ‘줄었다’는 말 대신 ‘끊겼다’는 표현을 쓴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 중소기업도 덩달아 연구 개발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투자가 끊기면서 중소기업 일감도 없어졌다. 내가 운영하는 평판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은 그나마 다른 분야에 비해 나은 편이지만 경쟁이 심해져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장미 = 손톱미용일을 하고 있는데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봄과 여름엔 그나마 견딜 만했는데 겨울이 되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피부와 속눈썹 관리 쪽 일도 알아보고 있지만 그쪽도 경쟁이 심해 망설이고 있다.

김승수 = 서울시에서 2~3년 전부터 ‘학교 준비물 없애기’ 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 같은 문방구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문방구 올 일이 없어졌으니 장사가 되겠는가. 정책 시행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30~40% 줄었다. 인쇄일을 함께하면서 근근이 견디고 있다.

임일해 = 안경업을 10년 동안 하다 커피숍으로 바꿨는데 바로 옆에는 10억원을 투자한 카페가, 길 건너편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100평짜리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면서 올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임차료는 2~3년 전보다 몇 곱절이 뛰었지만 매상은 오히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한때는 하루 매출이 150만원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70만~80만원 수준밖에 안된다. 직원들은 많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장사를 접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손님이 매년 늘어나면서 3%대인 카드수수료도 큰 부담이다.

- 보름쯤 뒤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 이번 대선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나.

이윤근 = 진보 쪽 후보를 지지하려 한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간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기대했는데 실망했다. 문 후보와 박근혜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지는 토론회라도 한 번 본 후에 결정할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오히려 정치권이 막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럴듯한 후보 간 토론회 한 번 없었고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고 대통령 잘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크지만 국민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 각 후보의 노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박정출 = 안 후보를 지지했는데 지금은 누구를 뽑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여야 모두 인물만 내세울 뿐 제대로 된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인물 간 대결만 있을 뿐 정책 대결은 보이지 않는다. 안 후보가 많은 변화를 일으키기를 바랐는데 중도 사퇴해 아쉬움이 크다.

류병길 = 지난 대선에서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했다. 이번에는 박 후보를 지지한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지지라기보다는 우선 안정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은 성장에는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혜택을 ‘준다’는 얘기만 있지 어떻게 성장을 하고 성장의 결과물로 어떻게 서민들을 살리겠다는 얘기가 없다.

장미 =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해 친구들끼리 대화도 많이 하고 관심도 가졌다. 하지만 안 후보가 중도 사퇴하면서 선거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라졌다. 남은 후보 중에서는 박 후보를 지지한다. 특별한 정치적 성향은 없지만 부모님이 박 후보를 열렬히 지지해서 나도 영향을 받고 있다.

김승수 = 선거는 국가적 행사이고 새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관심은 많지만 소상공인에 대한 공약은 부족해 실망하고 있다. 굵직굵직한 얘기만 있을 뿐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은 거의 없다. 소득은 그대로이고 세금은 늘어나는데 우리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어 답답하다. 그나마 문 후보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지지하고 있다.

임일해 = 여야 할 것 없이 복지 공약 위주로 정책을 발표하는데 그 많은 돈은 어디서 구하려는지 모르겠다. 실현 가능성조차 없는 것 같다. 복지만 신경쓰다가 경제 성장은 어떻게 이루려고 하는지, 제2의 금융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박 후보를 지지한다. 개인적으로도 보수 성향이다. 그런데 내 아들은 “박근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자간에 대화가 안될 정도다.

[2012 경향 선정 13대 대선의제](5) 중기·자영업 보호

▲ “가게 10명 중 1명만 흑자 가스·난방비만 겨우 내”

▲ “퇴직자들 식당 창업 많아… 업종 다양화 방안 강구를”

▲ “대기업을 죽이면 안돼… 중기와 윈윈 방안 찾아야”

-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대형마트가 매출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이윤근 =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슈퍼마켓은 헤어나올 길이 없을 정도다. 7~8년 전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해 달라고 외쳤고 2008년에야 상생법, 유통법 등이 논의됐는데 좀 더 일찍 만들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당장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법 적용은 3~4개월 후에나 이뤄지기 때문에 그 사이에 쓰러지는 업체들이 생길 것이다. 하루빨리 개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 소상공인의 피부에 와 닿는, 슈퍼마켓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이 생겼으면 좋겠다. 링거주사 한 방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환부를 도려내고 대대적인 수술로 환자를 회복시키는 정책이 있어야 골목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 소상공인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형마트와 싸워야 한다. 문방구, 미장원, 세탁소, 커피전문점 등 업종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고 조합을 결성해 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요구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주 1회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출 = 가게가 있는 강동구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를 제일 먼저 시행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4개 있어 주변 전통시장은 이미 초토화됐다. 일부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전날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평소 1000원에 팔던 동태를 휴무 전날 재고를 없애기 위해 500원, 400원에 판다. 반값보다 싼값에 파니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대형마트를 찾고 그날 동네 상점들은 매상이 반토막 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못지않게 중형마트도 문제다. 둔촌시장 주변에 200~300평 규모의 중형마트가 4개나 있다. 이들끼리 과당경쟁을 하면서 영세 상인이 죽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한 중형마트는 배추 한 포기를 1500원에 팔기도 한다. 다른 상품을 더 팔기 위해 출혈경쟁까지 감수하는 셈이다.

류병길 =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이나 동네 가게보다 더 좋다. 다양한 제품을 값싸게 판매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부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중소 상공인들 스스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기업의 빵집 운영은 법으로 규제할 수도 있지만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이 들어온다면 규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펴고 소상공인 스스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김승수 = 대형마트에서는 문구류도 취급하기 때문에 문방구도 주변 대형마트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대형 1000원숍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 슈퍼마켓은 사람들 관심이라도 받지만 문방구는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한때 우리 동네에 문방구가 6개 있었지만 지금은 2군데만 살아남았다. 문방구 같은 영세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 은행 문턱이 높다고 하는데, 각자 사업하면서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이윤근 = 은행 업무는 현금 입출금, 인터넷 뱅킹하는 게 고작이다. 대출은 아예 꿈도 못 꾼다.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담보력도 부족하고 신용등급도 낮기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대신 제2금융권인 신용보증기금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박정출 = 신용보증기금 얘기가 나와서 한마디 하겠다.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의 ‘해피월드’라는 상품을 이용해 3000만원을 저금리로 대출받고 개인돈 7000만원을 더해 기존 점포를 수리한 후 시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했다. 서울시와 농수산물공사에서 상품을 공급해줬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사과와 배를 판 적이 한 번도 없다. 상품을 공급해 주지 않은 것이다. 김장철에 배추와 무 몇 개를 공사로부터 받은 게 전부다. 월세는 175만원이었는데 하루 매출은 많아야 7만원 정도였다. 이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자 서울시와 농수산물공사가 발을 뺐다. 나와 함께 농수산물 판매를 했던 점주 7명도 모두 포기하고 업종을 바꿨다. 1년 만에 빚이 1억원이 되었고, 이자와 원금을 제때 갚으려면 한 달에 500만원은 넘게 벌어야 하지만 쉽지 않아서 허덕이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전 시범실시 등을 통해 사업 타당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탁상공론에 그친 정책으로 애꿎은 서민만 피해를 봤다. 서울시에 얘기해도 담당자가 바뀌었다며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미소금융도 이용해 봤는데 액수가 너무 적었다. 전통시장 점포당 저금리에 500만원씩 지원해 주는 상품이 있다. 6개월 동안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물론 은행 상품보다는 대출조건이 좋았지만 액수가 많지 않아서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미소금융의 지원 금액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류병길 = 중소기업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가라”고 연락이 올 때가 더러 있다. 사업전망이 밝다면 이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받겠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은 사업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일정기간 꾸준히 갚은 사람에게는 이자율을 낮춰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이자율 7%에 10년 후 상환 조건으로 1억원을 대출받았는데 10년 동안 이자는 제때 납부하고 원금 상환 기간만 연장할 경우가 있다. 이때 이자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1~2%라도 낮추는 상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장미 = 최근 1000만원 정도가 필요해서 은행에 갔더니 대출 대신 마이너스통장을 권유했다. 왜 대출보다 마이너스통장이 좋은지 이해가 안 갔다. 결과적으로는 은행 대신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은행이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만 골라 대출을 해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 창업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많다. 지금까지 창업을 몇 번이나 해봤는지, 지금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듣고 싶다.

박정출 = 전을 팔고 있는데 주변에 식당이 너무 많아 장사가 안된다. 일본은 120명당 1개꼴로 식당이 있다고 하는데 한국은 60명당 1개꼴이라고 한다. 그만큼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 국가가 장기적 관점에서 퇴직자들이 식당 외에 다른 일도 좀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 예전에는 전통시장 안에 치킨집, 문방구, 여성 옷 가게 등 다양한 업종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둔촌시장만 놓고 보면 정육점만 17개이고 술집이 34개, 청과점은 8개다. 대형마트와 싸워서 이길 수 없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업종을 변경하면서 다양성이 사라졌다. 최근에도 생선가게 주인이 술집으로 직업을 바꿨다.

이윤근 = 18년째 슈퍼마켓을 하고 있지만 업종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아직 안 해봤다. 나이가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이 일을 할 것이고 인생을 승부할 생각이다. 골목상권과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이 공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골목상권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키운다면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동네 슈퍼마켓을 찾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류병길 = 어떤 때는 자영업자가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소기업은 한 달 이자만 최소 몇백만원에서 최대 몇천만원까지 내기도 하고, 국내외 경기에 따라 순식간에 회사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매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산다. 특히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중소기업은 외환위기 때도 지금보다 나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당시 국내경제 상황은 나빴지만 세계경기는 괜찮아서 수출로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세계경기가 나빠서 언제 경기가 좋아질지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투자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김승수 = 창업 생각은 안 한다. 학생들이 찾는 문방구를 계속할 것이다. 동네 문방구 중에는 우리 가게가 가장 나은 것 같다. 주위 상인들 중에는 예전 매출의 반도 못 건진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도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돈이 넉넉지 않아 언제까지 가게를 끌고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이윤근 = 무조건 기업형슈퍼마켓이 들어오면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분명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앞장서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달라는 얘기다. 또 이미 들어온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을 지역 상권에서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소상공인 교육에 힘써야 한다. 창업하려는 사람에게 업종별로 필요한 내용이나 전망 등을 알려주는 ‘알리미 서비스’ 같은 도움도 절실하다. 특히 다음 대통령은 골목상권 살리기를 제1순위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정출 = 소비자 입장으로만 생각한다면 대형마트에 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깔끔하고 원산지 표시 등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많다. 반면 전통시장은 점주 연령층이 높아서인지 소비자 권리를 챙기는 부분이 미흡한 게 사실이다. 대기업에서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물건 진열 방법 등 마케팅 노하우를 직접 전수해줬으면 좋겠다. 주차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주차장 공유도 상생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도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추석에 기업들이 온누리상품권을 많이 사서 전통시장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명절이 아닌 보통 때는 온누리상품권 판매가 줄어든다. 온누리상품권이 더욱 활성화되면 전통시장이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류병길 = 대기업은 대기업다워야 한다. 1970년대부터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판’을 키웠고 그 결과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갔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이 신규 사업에 활발히 진출해 중소기업 사정도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대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대기업도 국내외 시장 투자를 많이 한다면 중소기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김승수 = 대기업을 죽이면 안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 때리기는 하지 않는 대신 중소 상공인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문구류 쿠폰제’ 같은 정책을 확대 실시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학교에서 전자입찰을 통해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공장에서 바로 구매한다. 이러다 보니 전국 각지의 문구류 납품 도매업체들이 학교를 상대로 납품경쟁을 하고 학교 앞이나 동네 문방구는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쿠폰(바우처제도)을 발행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면 학교 앞 문구점과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장미 = 손톱미용실도 카페나 빵집처럼 거리 제한을 두면 좋겠다. 하나둘씩 비슷한 가게가 생기다 보니 과당경쟁이 되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게를 운영하게 된다. 최근 가게 인근에 손톱미용실이 하나 생겼는데 주위에 같은 가게가 더 늘어날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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