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인물탐구

⑥ 돈과 건강 - 박근혜

이지선 기자

몸에 밴 절약 습관…측근에 “돈 쓰지 말라”

단전호흡·팔굽혀펴기로 평소 건강 관리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지난달 21일 당사에서 열린 농어업경쟁력강화혁신특위 발대식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5년 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 이야기를 꺼냈다. 박근혜 후보가 당시 자기에게 “1원도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가 갖고 있던 푼돈도 다 쓰고, 돈으로 매수행위하는 게 아니라 심부름 시키면 차비는 줘서 보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나 이제 돈 다 떨어졌는데 당신 돈 있느냐’고 하니, 저를 쫙 째려보더니 무서운 눈으로 ‘내가 언제 당신한테 돈 쓰라 했나? 돈 쓰지 마세요’라고 고함을 빽 질러요. 얼마나 내가 섭섭한지.”

극단적인 경우를 말한 것이겠지만, 이런저런 점을 감안해 놓고 보아도 박 후보는 돈으로 정치인을 관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2007년 경선이 막판에 이르렀을 때 일정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넣을 돈이 없어 의원들이 갹출했던 일화도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달 12일 전북 익산 금마시장을 방문해 미나리를 구입한 뒤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달 12일 전북 익산 금마시장을 방문해 미나리를 구입한 뒤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실 박 후보는 생활고라고 할 정도의 빈곤을 경험한 적이 없다. 어린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낸 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격된 이후 청와대에서 나올 때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 지난 4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로부터 “(6억원을) 스스로 받았다고 하셨다. 당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고 따져 물었다.

박 후보는 “당시에 아버지도 흉탄에 돌아가시고 나서 어린 동생들과 살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전 전 대통령이) ‘아무 문제가 없으니 배려 차원에서 해주겠다’고 할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어 “자식도 없고 그 어떤 가족도 없는 상황”이라며 “나중에 그건 다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헌옷 고쳐 입고 저가 구두 신어
전두환 6억·성북동 집은 논란

청와대에서 나온 뒤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박 후보는 영남대재단 영남학원 이사, 육영재단 이사장, 정수장학회 이사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정수장학회에서는 보수를 받았다. 2007년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 당시 ‘일각에서는 연간 수여 장학금의 10%가 박 후보에게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에 박 후보는 “이사장으로서 써야 할 돈이 필요하다. 목적사업비와 운영비의 비율이 8 대 2인데, (내 보수는) 2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나온 돈이다”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단전호흡을 하는 모습. 박근혜 후보 캠프 제공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단전호흡을 하는 모습. 박근혜 후보 캠프 제공

서울 성북동 집을 1982년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으로부터 무상 취득했는지 여부도 2007년 검증청문회에서 거론됐다. 박 후보는 “저는 부모님이 사시던 유일한 재산인 신당동 집으로 이사를 왔다. 차츰 부모님의 유품을 정돈도 하고 그럴 필요성이 생겼다. 너무 집이 좁아서 꼼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사정을 알고 당시 신 회장이 ‘아버지와 인연이 있던 분이니, 좀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성북동에 집을 마련했다. 거기에 유품도 다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이사를 가면 어떻겠느냐’는 제의가 있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에 공개된 대선 후보자 재산신고 에 박 후보 재산은 삼성동 건물을 비롯해 자동차 2대, 예금 등 총 21억8104만5000원이다.

박 후보의 돈에 대한 현실 감각은 종종 논쟁거리가 된다. 지난달 9일 박 후보가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해산물을 사면서 꺼낸 돈이 8000원 정도였고, 이 사진을 본 누리꾼들이 “물가 감각이 없다”고 비판한 일이 단적이다. 후에 조윤선 대변인이 “박 후보가 ‘이것 갖고는 안될 텐데’라고 해 마침 주머니에 있던 5만원권을 드렸다”고 해명했고, 박 후보도 “8000원밖에 없어 ‘이걸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순간을 찍어서 악의적으로 유포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 이후 최근엔 시장 등을 돌 때면 지갑을 들고 다닌다.

박 후보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 육영수 여사로부터 절약하는 습관을 배웠다. 박 후보의 한 동창은 홍보 영상에서 “차이나 칼라로 된 우리들이 잘 입지 않는 스타일을 (근혜가) 입고 와서 ‘엄마 옷 아니냐’고 하니까 엄마 옷을 줄여 입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엔 10년을 신어 낡은 구두가 화제가 됐다. 국내 중저가 브랜드 구두를 오랫동안 신어 장식이 떨어져 수리를 맡겼으나 부품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7년에 ‘한 달 용돈은 얼마냐’는 물음에 “일정치 않다. 지갑에 몇 만원 정도 갖고 다닌다”고 했다.

박 후보는 건강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유세 일정으로 강행군할 때도 손에 붕대를 감고 나온 것 외에는 일정을 취소한 일도 없었다. 그는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단전호흡을 한다. 지난해 뉴스Y와의 인터뷰에서 “매일은 못하지만 아침마다 단전호흡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손가락 팔굽혀펴기는 20회 정도 한다”고 말했다. 자서전에서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충격으로 몸이 많이 약해져 감기 같은 잔병치레가 잦았다”며 “단전호흡을 시작하면서 위와 장도 편해지고 온몸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고 썼다.

유세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도중 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허다하다. 지역 시장에 들러서는 호떡, 찹쌀도넛, 어묵 등을 사서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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