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인물탐구

⑦ 독서·얼리 어답터 - 문재인읽음

김진우 기자

리영희 선생 책 보면서 사회 비판의식 눈떠

트위터서 ‘마음’ ‘새 정치’란 말 빈번히 사용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이는 아버지였다.

부산 공장에서 구입한 양말을 전남 지역 판매상들에게 팔던 아버지는 한 번 장사를 떠나면 한 달 정도 만에 돌아오곤 했다. 그때마다 <안데르센 동화집> <플루타르크 영웅전> 등 어린 아들이 읽을 만한 책들을 사왔다. 어린 문재인은 그런 책을 읽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아버지가 다음 책을 사올 때까지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책을 읽었다.”(<문재인의 운명>)

문 후보는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고 난 후 늘 책에 굶주렸다”고 했다. 아버지가 장사를 그만두면서 책 ‘공급’이 끊겼다. 3년 위인 누나 책까지 뒤져 읽었고, 아버지가 보던 신문도 읽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만난 도서관은 책에 대한 허기를 풀어줬다. 그는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의자 정리까지 해주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도서관에 가거나 책을 대출받아 읽는 것은 고교를 마칠 때까지 계속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경남 양산에 있는 자택에서 독서하고 있다. | 문재인 후보 제공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경남 양산에 있는 자택에서 독서하고 있다. | 문재인 후보 제공

▲어린 시절부터 닥치는 대로 책 읽어

역사책 좋아해 역사학자 꿈꾸기도

남루한 유소년기를 견뎌야 했던 문 후보에게 책은 다른 세상으로 넘나들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책은 어쩌면 내가 찾은 유일한 행복”(<문재인이 드립니다>)이었다.

그를 키운 것도 책 읽기였다. 문 후보는 최근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읽었던 책들이 세상에 저를 눈뜨게 했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힘”이라고 했다.

허기를 채우려는 듯 문 후보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나갔다”고 한다. ‘사상계’ 같은 사회비판적인 잡지도 비교적 일찍 접했다. 시험기간에도 다른 책을 읽은 독서열은 첫 대학 입시에 실패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책을 통해 세상과 인생을 알게 됐고, 사회의식도 생겼다.

문 후보는 청년기 때 비판의식과 사회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로 언론인이며 진보적 지식인이던 고 리영희 선생을 꼽았다. 그를 만난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나중에 <전환시대의 논리>에 담기게 되는 베트남전쟁 논문을 ‘창작과 비평’에서 읽었다. 베트남전쟁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적 성격 등을 다룬 책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 “지식인의 추상같은 자세”를 배웠다. 그것은 “두려운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진실을 억누르는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의 서재에 꽂혀 있는 <전환시대의 논리>는 문 후보가 강제징집된 특전사 시절 상사에게 읽어보라고 건넨 ‘금서’이기도 했다. 문 후보는 “성장기의 예민한 시기에 읽은 책들이 지금도 큰 울림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며 “ ‘사상계’와 ‘창비’, 리영희 선생 책은 세상에 눈을 뜨게 한 계기여서 큰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독서를 통해 얻게 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은 문 후보가 대학에 진학한 뒤 박정희 정권의 독재체제에 저항하는 학생 시위에 나서는 데 영향을 미쳤고, 인권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독서 때문에 대학 입시에도 실패했고, 목표로 하는 대학에 못 갔지만, 그 때문에 일찍 세상에 눈떴고 세상을 정의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세우게 됐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문 후보가 역사서적을 좋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사회 비판의식으로 연결된다. 문 후보의 원래 꿈은 역사학자였다.

문재인 대선 후보가 경남 양산의 자택 서재에서 아이패드로 자신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다. | 문재인 후보 제공

문재인 대선 후보가 경남 양산의 자택 서재에서 아이패드로 자신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다. | 문재인 후보 제공

독서는 지금도 문 후보의 주요한 일상이다.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어떨 땐 활자중독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할 정도다. 여행을 가면 읽을 책들을 챙겨가고, 쉴 때도 손 닿는 곳에 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문 후보의 친구 이창수씨는 “함께 길을 가다가 서점이 보이면 슬그머니 끌고 들어가 책을 사서 준다”(<그 남자 문재인>)고 전했다.

문 후보의 한 달 독서량은 2~3권 정도다. “장서량은 몇 천권은 되는 것 같은데 세어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책장에는 그가 이상적 인간상으로 꼽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비롯, 월간지 ‘말’, <군중과 권력> <거짓말 정부> <노사공존의 길> <박정희와 한일회담> <해방후 학생운동사> 등 정치·사회·역사서가 빼곡히 꽂혀 있다. <토지> <장길산> <태백산맥> 등 대하소설도 있다.

문 후보는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 <전환시대의 논리>와 <백범일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로마인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 1월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와 <프레카리아트>를 추천했다. 둘 다 출간된 지 6개월 정도 된 책이었다. 문 후보가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는 방증이다.

활자 세대가 대개 그러하듯 문 후보는 최신 정보화 흐름에 재빠른 것 같지는 않다. ‘얼리어댑터’로서의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휴대전화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통화 외에 문자메시지, 트윗, 카메라 정도로 쓰고 있다.

트위터는 4·11 총선 출마를 결심하고 난 뒤인 지난해 12월 처음 개통했다. 11일 오후까지 1638개의 글을 남겼다. ‘선거’라는 말을 제외하고는 ‘마음’이나 ‘시민’ ‘역사’ ‘새로운 정치’라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됐다. “참모들이 계정을 운용하면서 대신 쓰겠다고 하는데, 직접 써서 올리겠다며 늘 다투고 있다 보니 트윗을 자주 못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에는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승인을 축하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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