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 ‘불법 댓글 달기’ 의혹 스스로 털어놔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인터넷 댓글 달기를 비롯해 불법적 선거운동을 해온 일당을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전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사기관을 적발해 조사한 결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는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 2박스와 입당 원서, 컴퓨터 8대 등 증거물 51점도 확보했다. 선관위가 단순한 수사의뢰도 아니고 최고 수위인 고발 조치를 취한 점을 감안할 때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선관위의 고발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문제의 SNS팀이 이용한 사무실 사용료는 박 후보 선대위의 두 간부 명의로 지불된 흔적이 발견됐다. 이들은 박 후보에게 유리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트위터에 게시하고 리트윗하는 수법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했으며 그 실적을 안상수 가계부채특별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대표 격인 윤정훈씨는 선대위의 국정홍보대책위 총괄팀장 등의 명의로 활동하면서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 700~800여장을 우편 발송하기도 했다. 불법 선거운동 실태는 물론이고 SNS팀과 새누리당을 연결하는 자금과 사람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때 펜션에 불법 콜센터를 차려놓고 불법 선거운동을 자행한 한나라당 후보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사건을 당과 무관한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새누리당의 태도다. 활동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난 안 위원장은 “보고는커녕 전화 한 통화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정현 선대위 공보단장도 “당과 전혀 무관한 지지자의 돌출 행동”이라며 “민주당의 구태정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선관위 고발 내용을 두고도 한쪽 얘기만 들은 반쪽이라며 피의사실을 공포하면 안된다고 으름장을 놨다. 심지어 선관위와 민주당의 결탁설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불법행위가 들춰진 데 따른 당혹스러움이야 이해하지만 필요하다면 국가기관인 선관위까지 능멸하는 듯한 여당의 태도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갖고 있다면 그런 식으로 얘기할 일이 아니다.

검찰은 한 점 숨김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문제는 18대 대선이 불과 나흘 앞으로 임박한 데다 이번 사건이 선거판에 끼칠 지대한 영향 등을 감안할 때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으로선 마땅히 수사에 협조해야 할 테지만 이와 별개로 국민 앞에 이실직고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현재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선택 중 하나다.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진정한 의미의 수권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여 새누리당이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오리발 작전을 펴며 시간을 끌려 든다면 그야말로 단견이다. 국민들은 이미 선관위 고발 내용을 토대로 사건의 진상을 알 만큼 알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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