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균형감각 잃은 박 후보의 흑색선전 비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박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땅에 음습한 정치공작과 허위 비방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이를 단호히 분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제기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터무니없는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불법 댓글 부대 의혹’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유력 대선 후보가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흑색선전’이나 ‘정치공작’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후보가 회견을 자청한 배경에는 우세를 유지하던 선거 판세가 초박빙으로 흐르는 데 대한 위기감이 자리한 듯하다. 박 후보 회견은 그러나 설득력이 약하다. 우선 선관위가 현장을 적발한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대해 사과는커녕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은 부분이다. 단순한 의혹 차원을 넘어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사안인 만큼 명확한 입장을 밝혔어야 마땅하다. 다음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부분이다. 유력 대선 후보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성격을 단정지은 것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과거 박 후보가 동생 지만씨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의 관계를 두고 “본인이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선을 그은 사례를 연상케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새누리당의 막말 릴레이도 박 후보의 자가당착적 인식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안철수 전 후보는 간신이다. 죽여버려야 한다”(연예인홍보단 강만희씨) “문재인 후보가 부엉이 귀신 따라 저세상 갈까 걱정”(김중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안 전 후보를 대상으로 모종의 테러 자작극을 꾸민다는 제보가 있다”(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등의 발언은 폭언 차원을 넘어 저주에 가깝다. 박 후보는 어제 강만희씨 건에 대해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그동안은 왜 수수방관해온 것인가.

균형감각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한 가지다. 특히 위기에 처했을 때는 남의 탓을 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판이 혼탁해진 것을 두고 야당 탓만 하는 박 후보에게서는 진지한 자기성찰의 자세를 찾기 어렵다. 박 후보가 지금이라도 대선전을 비전·정책 대결로 전환시키고 싶다면 할 일이 있다. 즉각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문 후보와의 양자 정책토론에 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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