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직인수위 이대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이 끝난 뒤 “인수위가 책임감 있게 일해줬으면 좋겠다. 가장 모범적인 인수위가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1주일이 흐른 지금 인수위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책임감 있게 일하는, 모범적 인수위라 할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활기찬 토론은 실종되고 ‘박 당선인 앞으로 나란히’ 식의 행태만 만연해 있다.

인수위의 문제점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불통 논란을 부른 비밀주의다. 박 당선인이 철저한 보안을 강조한 이후 인수위가 보여온 행태는 언론 통제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 침해에 가깝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11일 부처별 업무보고 내용과 관련해 ‘노 브리핑’ 선언을 했다. 언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분과별 검토작업이 끝나면 공개할 부분은 공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어제는 진영 부위원장이 기획재정부 등의 업무보고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일견 변화가 있는 듯 보이지만 브리핑에 알맹이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의 언론 달래기가 아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근본적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는 공개·공유·협력을 정부 운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둘째, 인수위는 말의 앞뒤가 다르다. 박 당선인 측은 인수위 규모를 축소하고 논공행상은 않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 약속은 출범 1주일도 안돼 깨졌다. 인수위는 지난 주말 35명의 전문·실무위원을 임명했다. 이 중 70%가 박 당선인의 선거캠프와 싱크탱크 출신이라고 한다. 과거 인수위의 자문위원 제도를 비판하다가 사실상 이름만 바꿔 부활시킨 격이다. ‘작은 인수위’를 만들겠다더니 인수위 총원이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셋째, 검증 논란이 끝이 없다.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인 곽상도·조대환 변호사는 기용되자마자 도덕성 시비에 휩싸였다. 곽 변호사는 회사 돈을 빼돌린 뒤 밀항을 시도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인물이다. 조 변호사는 삼성특검의 특검보를 지냈는데, 이후 그가 대표로 있던 로펌이 삼성 계열사의 민사소송을 수임했다고 한다. 어제 최대석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박 당선인의 핵심 브레인이자 통일부 장관 후보로까지 거명돼온 중량급 인사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각 부처가 적극적 의지로 문제를 푸는 대신 관행에 기대어 문제를 유지해가려는 데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공약 이행에 소극적인 부처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본다. 당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이전에 인수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불편한 마음’부터 헤아리기 바란다. 벌써 많은 이들이 박근혜 인수위에서 권위주의 시대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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