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복지, 공약 이행하려면 ‘증세’ 사회적 논의 불가피”

김지환 기자

전문가 진단, 복지공약 이행하려면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증세도 하지 않고 복지 공약도 실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애초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공약집에서 제시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꾸려 증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1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박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지출 개혁과 세입 확충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며 “증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문제 때문에 임기 초부터 휘청댈 수 있다”고 말했다.

<b>약속 지켜질까</b>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 공약 실천이 재원 조달 문제에 부딪혔다.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당선인이 ‘공약을 꼭 지키겠다’는 의미로 한 어린이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약속 지켜질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 공약 실천이 재원 조달 문제에 부딪혔다.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당선인이 ‘공약을 꼭 지키겠다’는 의미로 한 어린이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공약 이행 세부일정 제시 먼저
복지 확충에는 당장 세금 필요
지출 개혁 등 단기성과 불투명
‘대타협위’ 꾸려 증세 추진해야

오 실장은 “복지를 확충하는 것은 바로 세금이 투입돼야 하지만 지출구조 개혁, 지하경제 양성화 등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이런 시간적 간극 때문에 2014년도 예산안을 짜야 하는 올해 여름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입 부문과 관련된 개혁으로 재원이 마련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 증세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 실장은 박 당선인이 복지항목별로 들어가는 재정소요액을 대선 기간에 발표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복지 공약 이행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 복지항목별 소요재정을 충분히 검증하려면 임기 5년의 연도별 추계액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임기 5년 동안 필요한 총액만 적혀 있어 복지 공약의 진행 단계를 파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기초노령연금법을 올해 개정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한다면 연간 7조원의 추가 재원 투입이 예상된다. 5년 동안 이 공약을 집행하려면 35조원이 필요한데 공약을 보면 5년 동안 기초연금 재원은 14조7000억원으로 잡혀 있어 과소 추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복지 공약 진행 단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로드맵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전 한국조세연구원장)는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다. 증세 없이 이 정도 규모의 복지를 하긴 어렵다”며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5년간 71조원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세출을 이 정도 규모로 줄일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그 효과가 단숨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지출 내역 중에 낭비성 예산도 있지만 해야 하는 사업인데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도 있다”며 “새로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새로운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구체적인 조세부담률 목표를 밝히고 있진 않은데 20% 초반 정도(현행 19%대)가 될 것 같다”며 “선진국과의 조세부담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복지혜택의 격차 역시 줄일 수 없다. 2017년까지 적어도 21~22%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는 “박 당선인이 증세 없이 선거 중 내건 공약을 실현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증세도 안 하고 공약도 지키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지출구조 개혁을 통한 재원 마련은 미리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데 지금처럼 부처별로 만들어오라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관료집단은 줄였던 예산을 나중에 되살리는 등의 방식으로 위기를 넘겨왔다”며 “세부 프로그램에 대한 준비 없이 선거만을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면 상황을 되레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예산 확보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가 전체의 재정구조 개혁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금방 돈이 나오진 않으니 증세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헌호 시민사회경제연구소 박사는 “4·11 총선 때부터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되지도 않을 내용을 립서비스해온 측면이 있다. 선거 끝나고 뚜껑을 열어보니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세입 대책이 마땅치 않으니 국채 발행, 국민연금 활용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증세를 포함해 세입 부문에 대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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