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 인사 실패엔 침묵…청문회 탓하며 ‘책임총리’ 또 꺼내

임지선·유정인 기자

“망신주는 식…인재 쓰기 힘들다” 검증방식 비판

김용준 낙마 이후 ‘실질 권한 총리’ 개념도 모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의 자진사퇴 이후 도덕성 검증 위주의 인사청문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김 전 지명자의 사퇴가 자신의 검증 미비에 따른 인선 잘못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 언론 등의 과도한 검증 탓으로 인식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30일 강원도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공직 후보자를 불러다가 너무 혼을 내고 망신을 주는 식의 청문회가 이뤄지니까 나라의 인재를 불러다 쓰기가 참 힘이 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또 “청문회가 좋은 후보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가족 및 친·인척 관련 내용을 공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좋은 인재들이 청문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걱정스럽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 전 지명자 인선의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후보자를 검증한 야당과 언론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은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이던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이 청문회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공감의 뜻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김 의원은 “청문회에 불러다가 망신을 주는 것은 안된다. 적격·부적격을 떠나서 이 사람이 죄인도 아닌데 그런 식의 청문회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본인과 가족의 프라이버시 부문은 소위원회를 만들어 비공개로 (조사)하고, TV로 중계되는 부문은 정책 검증이 (주로)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미국 같은 경우는 공개된 장소에서는 정책 중심으로 (검증)하고, 사적 부문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면서 진행하는 시스템 등으로 잘돼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김용준 전 지명자는 거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김 전 지명자에 대한 최근 언론의 검증을 도에 넘치는 폭로로 보면서 박 당선인 측이 사전에 후보 검증을 잘못한 결과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 전 지명자도 전날 사퇴하면서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인사청문회가 원래의 입법 취지대로 운영되길 소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박 당선인은 이날 실질 권한을 가진 총리실 운영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 비공개 토론회에서 김 전 지명자의 낙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와 장관이 소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며 “총리실이 실무 차원에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통합·조정 기능을 제대로 잘할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 지명자가 된 이후 ‘책임총리제’가 물건너갔다는 해석이 나왔으나 다시 ‘책임총리’를 꺼낸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당선인이 구상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지닌 총리’의 개념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이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한다고 말해 총리의 역할이 부처 간 업무를 실무적으로 조율하는 것에 두어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총리는 ‘실무총리’로서 책임총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 측에서는 최근 ‘책임총리제’를 공약한 적이 없다며 ‘실질 권한 총리’라는 표현으로 선을 긋고 있다.

박 당선인은 토론회에서 또 세출 구조조정에 대해 ‘세출에서 6을 줄이고 세금을 4를 더 거둔다’는 ‘6 대 4 원칙’을 거론, “세출에서 6을 줄이는 게 가능하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지나친 패배주의”라고 말했다. 또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며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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