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글로벌 동네북’ 된 한국 경제, 지난 5년을 반면교사 삼아 배워라

도재기 기자

▲동네북 경제를 넘어…제정임 지음 | 오월의봄 | 323쪽 | 1만3800원

사회 현안의 날카로운 분석과 명확한 대안 제시로 유명한 칼럼니스트 제정임 교수(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는 지난 대선 결과를 보고 밤새 책상 앞에 앉아있었단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운 5년을 보냈고, 변화를 열망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란 물음때문이다. 답은 “사회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고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애썼나”란 자문으로 돌아왔다.

제 교수는 결국 지난 5년간 쓴 칼럼과 방송에서 한 경제해설 원고를 다시 살폈다. 그리고는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꼭 필요한 내용의 원고들을 모아 보완했다. <동네북 경제를 넘어>는 그 결과물이다.

[책과 삶]‘글로벌 동네북’ 된 한국 경제, 지난 5년을 반면교사 삼아 배워라

책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잘잘못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고쳐나가야 할 정책들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경제·사회 등 주요 정책들의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짚으며 박근혜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들의 해답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정부와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설득력있게 주장한다.

책은 한국 경제가 대외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휘청거리며 ‘글로벌 동네북’이 된 이유와 그 해결책 분석으로 시작된다. 큰 원인은 ‘개방만이 살길’이라며 선진국 입맛에 맞는 세계화를 강행한 역대 정부들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감세, 규제완화’의 역주행을 밀어붙인 이명박 정부의 잘못도 크다. 새 정부는 따라서 경제주권을 내주는 ‘무분별한 개방’ 대신 중소기업·노동자·농민 등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먼저 생각하고, 투기자본 통제권도 확보하는 ‘분별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휠체어 재벌’로 대표되는 재벌의 법치 유린, ‘철탑 농성’으로 대변되는 억압받는 노동자는 사회정의의 문제이자 구매력 하락, 내수부진 등 경제성장의 동력을 잃는 원인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 정부의 정책은 ‘재벌의 기를 살리고 노동자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재벌이 법을 지키게 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책은 두꺼운 중산층과 국민 삶의 안정을 위해선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부유층이 응분의 세금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한 점진적 증세와 세금낭비를 없애는 재정개혁을 강조한다. 원전에 쏟아붓는 재원을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전환하고 전기요금을 정상화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체제 구축, 건강한 식탁과 안정적 식량자급을 위해 농업·농촌을 살리는 적극적 정책 전환도 주문한다. 나아가 남북관계 안정을 위한 설득 전략과 끈기의 필요성, 언론과 지식인의 각성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연대와 감시도 강조한다.

국민과 소통하고, 민생 챙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새 정부 정책 담당자들에겐 감히 필독서라 할 수 있다.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읽고, 생각을 가다듬을 만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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