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긴급회동 “경제민주화 입법 자제해달라”

박경은·박영환 기자

“기업활동 위축·사회통합 저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여왔던 재계가 집단 행동에 나섰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재계의 반발이 커지고 정부·여당은 뒷걸음질치면서 경제민주화 입법에 제동이 걸리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는 2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경제민주화 입법에 따른 파장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는데도 정치권은 부작용 예방대책 없이 경쟁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입법 자제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 송재희 중기 부회장, 김무한 무역협회 전무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경제민주화 논의가 시작된 뒤 재계가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주요 경제단체 핵심 인사들이 이례적인 긴급 회동을 한 것은 최근 확산되는 반기업 정서와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재계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배 부회장은 “경제민주화 취지에 공감하고 협조하려 노력해왔지만 정치권의 입법이 균형감을 잃고 반기업 정서를 확산하는 쪽으로 감에 따라 경제계의 우려를 강하게 표명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공정거래 관련 법안을 비롯해 대체휴일제, 정년연장 의무화 등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요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련의 법안들에 대해 “단순한 포퓰리즘을 넘어서 우리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까지 했다. 공정거래 관련 법안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며 정년연장은 청년층 채용 감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대체휴일제, 화학사고 발생 기업에 높은 과징금을 물리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대해서는 ‘과잉입법’이라며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가 요구중인 통상임금제와 사내하도급 금지에 대해서도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에다 정치권의 근로자 보호위주 정책이 가세하면서 산업 현장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며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재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동력은 약화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재계 반발과 여야 입장차로 인해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물 건너갔다. 대체휴일제 조기 도입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입법 의지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내부거래 규제의 핵심 쟁점이던 ‘총수 지분 30% 룰’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제민주화 입법이 후퇴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호한 언급을 꼽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은 연일 “경제민주화는 어느 한쪽을 옥죄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4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국민적 공감 부족 정책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법 속도조절론도 제기했다.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대기업 입장을 배려하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여권에는 입법 가이드라인이 되고, 재계에는 이날 집단행동처럼 반발의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국민적 여망을 고려해 어떻게 수용할지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는 의제가 됐다”며 “경제단체들은 정년연장, 대체휴일제 등 개별 사안에 ‘이래서 저래서 안된다’고 하기보다는 구체적 대안을 내놓고 생산적인 정책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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