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대학생, 제과 본고장 유럽을 홀리다

박철응 기자

강동석 선수, 국제기능올림픽 제과부문 첫 금메달 쾌거

‘봄’ 표현한 초콜릿 케이크 출품…한국 종합우승 ‘4연패’

한국 대학생이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 선수들을 제치고 국제기능올림픽 제과 부문에서 첫 금메달을 땄다.

7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폐막된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은 종합우승 4연패를 이뤘다. 1967년 제16회 스페인 대회에 참가한 뒤로 18번째 정상에 섰다.

한국이 딴 12개의 금메달 중 유독 눈이 가는 직종은 강동석씨(20·한국호텔직업전문학교 3년·사진)가 나선 제과였다. 그간 프랑스·오스트리아 등 ‘본고장’의 유럽 선수들이 우승을 독점해온 종목에서 한국 선수로는 46년 만에 첫 금빛 명장에 오른 것이다.

스무살 대학생, 제과 본고장 유럽을 홀리다

기능올림픽에서 내걸린 제과 경연의 주제는 ‘4계절’이었다. 강씨는 ‘봄’을 택했다. 한국의 붉은 꽃과 나비,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초콜릿과 케이크, 디저트에 표현했다. 초콜릿에 초록색을 입혀 강한 색감을 표현하면서도 경연 주제에 충실했던 것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스무살의 제과 명장이 탄생한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 강씨는 2007년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특별활동에서 제과를 처음 접했다. “쿠키나 과자를 만들어 가족들과 나눠 먹는 게 재밌을 것 같아 골랐다”고 했다. 취미로 시작했기 때문에 고교 진학도 제과와 무관한 충북전산기계고 전산이용기계과를 택했다. 그 후 어머니의 권유로 제과제빵 학원에 등록할 때만 해도 “자격증만 하나 따두자”는 생각이었다. 제과 자격증 시험에도 두 번이나 낙방했다.

초콜릿으로 봄을 형상화해 국제기능올림픽 제과 부문 금메달을 딴 강동석씨 작품. |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초콜릿으로 봄을 형상화해 국제기능올림픽 제과 부문 금메달을 딴 강동석씨 작품. |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하지만 제과는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가 붙고 오기가 생겨났다. 결국 대학에서는 제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2011년 출전한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학교 특별활동에서 제과를 처음 만나고, 학원에서 독학한 지 4년 만이었다.

그 이후로는 파죽지세였다. 2011년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뒤 지난해 말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줄곧 제과에만 쏟았던 집중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강씨는 “마이스터고 출신이나 실력 좋은 경쟁자들이 많았지만 언제부턴가 노력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대회가 열리면 두세 달 동안 하루 16시간씩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왜소한 체격을 극복하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격투기를 익혀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꿈은 ‘강동석 베이커리’다. 강씨는 “당장은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현장에서 실력을 더 쌓고 돈이 좀 모이면 내 이름을 건 빵집을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 코스로 잡는 프랑스 제과 유학을 갈 것인지 묻자 그는 “선택사항”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이제는 제과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이 답을 미룬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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