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멸종위기 야생동물 인터넷서 ‘애완용’ 거래

김한솔 기자

슬로로리스 등 국내외법 따라 매매·소유 금지된 종 버젓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슬로로리스, 샴악어 등 야생동물들이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애완용’으로 불법거래되고 있다.

경기 수원에 사는 ㄱ씨(22)는 지난달 30일 원숭이 슬로로리스(사진)를 한 포털사이트의 동물분양 카페를 통해 100만원을 받고 다른 이에게 분양했다. 독이빨을 가진 슬로로리스는 1973년 체결된 국제협약 사이테스(CITES·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 부속서에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귀엽고 친근한 생김새 때문에 동물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ㄱ씨는 2일 “올해 초 같은 동물분양 카페에서 알게 된 희귀동물 전문 밀수업자로부터 생후 9개월 된 슬로로리스를 150만원에 분양받았다”며 “개인 간 거래가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다 이렇게 분양받아서 키우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ㄱ씨는 불과 5개월 만에 슬로로리스 기르기를 포기했다. ㄱ씨는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과 교감을 하거나 유대관계가 전혀 형성되지 않아 도저히 키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ㄱ씨가 이용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슬로로리스가 100만~150여만원에 불법거래되고 있다.

국제 멸종위기 야생동물 인터넷서 ‘애완용’ 거래

슬로로리스와 같이 사이테스에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 동물은 사이테스 규약에 따라 수출입이나 거래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규제는 사이테스에 가입한 국가들에 자동적으로 적용된다. 한국도 이 협약에 1993년 가입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사이테스에 등재돼 있는 슬로로리스 등은 개인 간 상업적 거래가 금지돼 있고, 전시나 학술용 목적 외에는 용도 변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법상 불법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양도·양수하거나 소유한 자는 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이테스가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CR)’인 샴악어를 애완용으로 구매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경향신문이 지난 1일 한 이동동물원 업체에 전화를 걸어 “샴악어를 애완용으로 기르고 싶다”고 하자 바로 “60만원에 생후 4개월 된 샴악어를 드릴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개인 간 거래가 불법이 아니냐고 묻자, “사실 전시용으로만 들여올 수 있어 개인에게 파는 게 불법이긴 하다”면서도 “분당 인근에서 만나 직접 건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을위한행동’은 지난달 27일 네이버의 동물분양 전문카페 2곳에 슬로로리스 분양 글을 올린 아이디 4개에 대해 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전경옥씨는 “개인이 멸종위기종을 함부로 키울 경우 동물이 탈출해 죽거나 잡종으로 변형될 위험이 있어 귀엽고 사육이 쉽단 이유만으로 함부로 키워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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