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

위대한 개츠비 - 채권 사기로 떼돈 번 개츠비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사랑에 모든 것을 베팅한 남자,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미국소설의 고전이다. 원작자인 스콧 피츠헤럴드는 헤밍웨이, 포크너와 함께 20세기 미국의 3대 소설가로 손꼽힌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영문학 교재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내세워 또 하나의 개츠비를 완성해냈다. 개츠비의 삶을 기록하는 닉 캐러웨이 역은 ‘스파이더맨’인 토비 맥과이어가 맡았다. 개츠비는 베일에 가려 있는 30살의 백만장자다. 매일 밤 파티를 열고, 사회의 저명인사들은 그의 집에서 광란의 밤을 보낸다.

개츠비가 돈을 번 이유, 그리고 파티를 여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옛 여인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군 장교 시절 데이지를 만났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전장에 투입됐고, 데이지는 돈 많은 남자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개츠비는 큰 돈을 벌어 마침내 데이지를 만난다. 데이지는 남편 톰에게 “개츠비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혼란스럽다. 남편 톰과 개츠비 사이에서 방황하던 데이지는 차를 몰고가다 머틀이라는 여자를 친다. 이 여인은 데이지의 남편, 톰이 바람을 피고 있던 여자다. 톰은 머틀의 남편 윌슨에게 거짓말을 한다. 머틀이 개츠비와 바람을 피웠고, 개츠비가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해 머틀을 차로 치었다고. 분노한 윌슨은 개츠비를 총으로 쏜다.

[영화 속 경제]위대한 개츠비 - 채권 사기로 떼돈 번 개츠비

개츠비는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밀주를 약국에 공급하고, 채권 사기를 쳤다. 1920년대 재즈의 시대라 불리던 이때는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떼돈을 벌 수 있던 시기였다. 금주법이 발효되자 밀주는 큰 돈벌이가 됐다. 1차대전 승전으로 엄청난 돈이 유럽에서 밀려왔다. 라디오 등 각종 신기술은 속속 산업화됐다. 주가는 기록적으로 폭등했고, 월스트리트는 호황을 누렸다.

당시는 너나 할 것 없이 금융산업에 뛰어들었다. 개츠비의 친구 닉도 마찬가지다. 예일대에서 작가를 꿈꾸지만 채권 딜러가 된다. 돈이 넘치고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많았던 1920년대 미국은 채권 사기가 많았다. 곧 무너질 부실 회사의 채권을 다량 매입해 시중에 유통시키는 일이 다반사였다.

금융 사기의 대표격인 ‘폰지 사기’도 이때 발생했다. 폰지 사기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다. 1982년 이철희·장영자 사건이나 2008년 미국 버나드 매도프 사건이 폰지 사기의 일종이다.

찰스 폰지는 1919년 우연히 스페인의 한 회사로부터 받은 편지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그 편지 안에는 답신을 요구하면서 국제우편 쿠폰이 들어 있었다. 국제우편 쿠폰이란 만국우편연합(IPU)에 가입된 나라 어디에서나 우표로 교환해 답신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쿠폰이다. 당시 우푯값은 나라마다 달랐다.

폰지는 우편요금이 싼 국가에서 이 쿠폰을 대량 구입한 뒤 우편요금이 비싼 국가에 판다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즉 파리가 3달러, 뉴욕이 1달러라면 뉴욕에서 1달러를 주고 이 쿠폰을 산 뒤 파리에서 3달러를 받고 팔아버리면 쿠폰당 2달러의 차액을 남기게 된다. 폰지는 90일 후 50%의 수익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엄청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7개월 만에 800만 달러(현재 가치로 1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국제우편 쿠폰이 발행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투자한 돈은 1억6000만장의 쿠폰을 살 수 있는 규모였지만 실제 유통되는 쿠폰은 2만여장에 불과했다. 언론들이 취재에 들어갔고 ‘투자자의 돈을 받아 그 돈으로 수익을 주는 구조’라는 게 드러났다. 1920년 폰지는 구속됐고, 석방된 뒤 1925년 부동산으로 비슷한 류의 사업을 하려다 다시 체포됐다. ‘가난뱅이 개츠비가 채권 사기와 밀주 판매로 단숨에 큰 돈을 벌었다’는 구상은 당시 미국 사회구조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였다.


Today`s HOT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황폐해진 칸 유니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