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저항’ 누구에게… 박 대통령 ‘판정패’읽음

김진우·심혜리·유정인 기자

추석상 민심 어땠나

여야 의원들이 21일 전한 추석상 민심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지만, 최대 관심사는 두 가지로 모아졌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자회담 결렬 후 “장외투쟁,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 “불통정치,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서로 손가락질한 데 대한 민심의 향방이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선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전해졌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판정패다. 추석상엔 채동욱 검찰총장 파문도 예외없이 올랐으나 ‘진실규명론’과 ‘정치공작설’이 팽팽히 섞였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합동차례 민주당은 추석인 지난 19일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추석 합동차례를 지냈다. 김한길 대표가 ‘소통하는 민주주의,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신위로 모신 차례상에 절을 하고 있다. 합동차례에는 신경민·이용득 최고위원, 노웅래 비서실장, 김영환·노영민·배기운·이목희·임수경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합동차례 민주당은 추석인 지난 19일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추석 합동차례를 지냈다. 김한길 대표가 ‘소통하는 민주주의,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신위로 모신 차례상에 절을 하고 있다. 합동차례에는 신경민·이용득 최고위원, 노웅래 비서실장, 김영환·노영민·배기운·이목희·임수경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 야당 장외투쟁 지적보다 여당의 불통 여론 더 많아
채 총장 사건 민심은 반반… 대통령 지지율 9.7%p 하락

■ 누가 ‘국민 저항’에 부딪혔나

추석상 민심은 일단 대치정국 격화의 책임을 박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게 돌렸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인천 남갑)은 “민주당이 계속 장외투쟁하는 것은 지지할 수 없지만 박 대통령도 조금 더 아량을 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은 “(3자회담에서) 상대방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고 끝낸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야당의 장외투쟁을 지적하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불통을 문제삼는 여론이 눈에 띄게 더 많았다. 수도권에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은 “견제와 비판이 야당의 의무다. 야당이 지나치더라도 국정을 이끄는 것은 여당이므로 여당의 불통이 더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여론이었다”고 전했다. 같은 당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도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이나 외교 문제는 일관된 원칙을 갖고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의도 정치에 대해선 그런 통 큰 모습이 잘 안 보여 아쉽다는 목소리들이 많았다”며 “국정원 사태나 민주당의 장외투쟁 진행과정을 지켜봐서 다 알고 있는데,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 장외투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경기 포천·연천)은 “야당이 장외투쟁하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 세비 받으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탄압받는 시절도 아닌데 왜 밖에서 그러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지적하는 여론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갑)은 “대통령이 그 정도로 자기 고집만 내세울 줄 몰랐다고 하더라. 야당 대표를 불렀으면 물꼬를 터야지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은 “국민들은 상생하고 대화를 원하는데 대통령이 찬바람이 불 정도로 심했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영·호남에선 민심의 향방이 확연히 갈렸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창녕)은 “야당이 심하다,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에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한다는 정서가 강했다”고 했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광주 남)은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아무것도 안 들어줄 거면 뭐하러 3자회담을 했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지난 18일 59.8%까지 떨어지는 등 추석 연휴 이전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택수 대표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70%에 근접했으나 최근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 3자회담 결렬 과정을 거치면서 연휴 직전 59.8%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11일 취임 후 최고치인 69.5%까지 올랐다.

■ 채동욱 검찰총장 파문은 팽팽

추석 민심은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에 대해선 어느 한쪽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지는 않았다.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의 진위가 먼저 규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고루 나왔다. 채 총장의 도덕성과 대응을 비판하는가 하면, ‘채 총장 찍어내기’ 정치공작설도 만만치 않았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얘기가 많았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채 총장 사찰 의혹은 고위공직자라면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고 했다. 조해진 의원은 “혼외 아들이 있다고 보는 이들과 채 총장이 정치공작으로 쫓겨난 것 같다고 보는 이들, 이렇게 양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결국 개인 사생활 문제인데 설혹 친자라 하더라도 (법무부 감찰은) ‘기획 사정’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옛날 일이고 총장 직무와 무관한데 민정수석 연루설까지 나오는 것이 결국은 국가정보원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거였다”고 했다. 박완주 의원은 “(정권이 채 총장을 내보내려 했다는 것을) 국민들도 다 아는데 다만 민주당이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하다고 하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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