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의 비뇨기과라운지

소변 지리는 남자의 비애

헬스경향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사우나도크 내에서 소변을 보지 맙시다.”
모처럼 동네 헬스장에 들려 운동을 마치고 샤워하러 갔더니 사우나 앞에 커다랗게 붙여놓은 경고문이 보인다. 사우나도크 문을 여니 아니나 다를까 지린내가 코를 찌른다. 언제 사건(?)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씻어냈는데도 오랫동안 냄새가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 몰래 사우나에서 땀을 빼면서 시원하게 방뇨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문득 고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샤워장에도 이러한 경고문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거긴 사우나도크에서 지린내가 다소 나더라도 이런 경고문을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들에게 흔한 요실금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할 수 있으니 비록 냄새가 나더라도 양해를 하고 넘어갔으리라.

중년여성들이 가진 배뇨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요실금’이다. 몇몇은 요실금 때문에 크게 웃지도 못하고 감기라도 걸리면 기침하면서 실수할까봐 외출도 못한다. 주로 요도괄약근이 약해져 생기는 ‘복압성요실금’이다. 여성들의 짧은 요도, 임신과 출산, 폐경 후 요도의 변화, 비만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많게는 여성의 50%에서 어느 정도 요실금이 있다고 할 만큼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편함이다.

남성에게도 요실금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60대 이상 남성의 약 15%가 소변을 지리는 증상을 보인다. 그런데도 남성요실금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널리 알려져 당연하게 생각되는 여성요실금과는 달리 남성요실금은 창피하고 미안해서 어디 가 얘기도 못하고 오히려 부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본인은 옷에 실수하고도 그 냄새를 모르는 척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야릇한 냄새로 불쾌해한다.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기침하거나 크게 웃을 때 소변이 새는 복압성요실금은 이러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수 있지만 남성들에게 흔한 요실금은 예측이 불가능한 ‘절박성요실금’이 많다. 방광감각이 예민해져 방광근육이 갑자기 수축해 참지 못하고 급하게 소변을 지리는 현상이 절박성요실금이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소변을 참지 못하고 급하게 화장실을 가다가 실수하거나 무사히 도착한 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왈칵 쏟아져 옷이 흠뻑 젖는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또 갑자기 차갑거나 뜨거운 공기에 노출되면 순간적으로 골반근육이 수축해 소변이 찔끔 나오게 된다. 사우나도크 내의 소변냄새도 남성요실금을 가진 어르신들이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간 후의 어쩔 수 없는 현상 때문으로 보이는데 하지만 온탕이나 냉탕에 들어갔을 때 어떤지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말자.

남성의 절박성요실금은 50대 이후 발생하는 전립선비대증의 2차 증상으로 올 수도 있지만 커피 등 카페인, 과음, 흡연, 운동부족, 비만과 스트레스가 위험요인이다. 노화 자체가 위험요인은 아니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빈도가 늘어나게 된다.

실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고령화를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남성요실금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혼자 즐기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배뇨의 쾌감인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차례 화장실을 드나들어도 시원하지 않고 시간이 걸려야 간신히 소변을 보게 된다. 거기에 요실금은 혼자만의 불편함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 나아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우나사건에서 보듯 몰염치한 방뇨범으로 오해받기도 해 결국 사회적 활동에 제약 받는가 하면 함께 어울리지 못해 우울증이나 자신심 상실 등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남성요실금은 새삼스럽게 새로 발견된 병은 아니지만 ‘부끄럽다’는 생각으로 숨기거나 ‘나이 탓’으로 돌리면서 체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창피해 할 필요도 없고 비난 받을 이유도 없는 치료해야 하는 배뇨장애일 뿐이다.

치료의 목적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생활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남성요실금으로 인한 실수를 줄이려면 카페인, 맵거나 신 음식을 삼가고 항문을 조이는 골반근육강화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사우나 내 방뇨라는 몰상식범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을 남성어르신들을 위해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변명을 하고자 주인을 만나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기, 사우나도크에 붙인 ‘소변금지’에 대해서 얘기할 게 있는 데요…”
“아~ 그거요? 젊은 애들이 귀찮다고 안에서 그냥 싸서 그런 거예요.”
“헐~~(^^)”


Today`s HOT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황폐해진 칸 유니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