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망스러운 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 사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대해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을 파기한 데 따른 입장 표명이다. 사과의 틀을 취했지만, 사과의 대상이 국민인지 기초연금을 못 받는 30% ‘어르신’인지조차 불분명할뿐더러 공약 파기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덧붙이고 있어 실망스럽다. 박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상황과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제상황과 재정 문제는 지난해 대선 때와 지금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경제와 재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공약을 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재정상황을 예상하고도 공약을 내놨다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의 역차별 문제에 대해 엉뚱한 논리로 방어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가입자가 받는 총급여액은 늘어나서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의 총급여액이 줄어든다는 게 아니라,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역차별’을 당한다는 점이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내년 7월부터 하위 70% 중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인 노인은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지만, 가입기간이 길수록 지급액이 줄어 20년 이상 장기가입한 노인은 현행처럼 10만원만 받는다. 그리고 2028년에 연금을 받을 미래 세대의 경우는 가입기간이 15년 이하일 때 20만원을 받고, 가입기간이 길수록 지급액이 줄어 30년 이상이면 10만원을 받게 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로도 하위 70%는 2028년부터 20만원을 받는다. 정부안이 미래 세대에겐 현행보다 후퇴한 노후 보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 대한 역차별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해소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끝내 “공약 포기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비록 지금은 어려운 재정 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임기 내 실천을 운위하는 것은 무책임한 말장난일 따름이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주요 복지공약이 죄다 축소·파기되고 있다. 야당의 지적대로 ‘먹튀 공약’ 꼴이다. 이제 “내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던 박 대통령이 애초 복지 정책의 실현 의지가 있기나 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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